전직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헌정회의 연로회원 지원금, 일명 의원연금은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비교해 과도한 혜택으로 의원들이 가진 특권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이에 여야 모두 의원연금 개혁 법안을 내놓았지만 ‘폐지’보다는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도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흐지부지되고 있다.
○ 하루만 일했어도 월 120만 원
의원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전직 국회의원이면 누구든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연금처럼 재직기간 중 본인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고도 만 65세가 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달 120만 원을 여생 동안 받을 수 있다.
재직 기준이 따로 없다 보니 단 하루만 의원 배지를 달았어도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20년 이상 재직해야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면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감안해 여야는 지난해 9월 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재직 기간을 1년(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또는 4년(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으로 정하고 그 이상 재직한 경우에만 연금을 주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의원연금을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사회보험의 일부로 볼 경우 재직 기간이 길더라도 본인 납부액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다른 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소득이나 재산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재산이 2조 원이 넘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도 전직 의원이 되면 의원연금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다른 소득이 있어도 지급된다.
의원연금이 기초노령연금처럼 국가가 세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공공부조의 성격이라면 당연히 소득 또는 재산을 기준으로 일정 기준 이하일 때만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야는 소득이나 재산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의원연금을 국가에 기여한 보상으로 보면 액수가 과도하다. 6·25 참전 용사 명예수당은 올해 3만 원 올랐음에도 월 15만 원에 불과하다. 무공훈장을 받은 이들에게 주는 무공영예수당은 올해 월 21만∼23만 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월 120만 원을 받기 위해서는 월 30만 원씩 약 30년 동안 불입해야 한다.
○ 선진국은 의원 개인 돈 내고, 재직 기간 비례해 연금 지급
선진국 중에서 한국처럼 기형적인 의원연금 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영국의 경우 의회연금법에 따라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의원이 급여의 일부(5.9∼11.9%)를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국가에서는 급여의 26.8%만 지원한다. 만 65세가 되면 재직 기간에 최종 급여액의 일정 비율(1.7∼2.5%)을 곱한 만큼을 연금으로 수령한다. 그렇게 해서 받는 연금급여가 연간 3000만 원 내외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예산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입 모아 외치던 기득권 내려놓기가 표를 위한 정치 캠페인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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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