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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신문박물관 들여다보기]문선공은 신문사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입력 | 2013-01-03 03:00:00


납활자를 정리해 둔 문선대에서 활자를 고르고 있는 문선공들의 모습(위)과 신문에 글자를 찍어내기 위한 납활자(아래). 신문박물관 제공

신문박물관(Presseum·프레시움)은 국내 최초의 신문 전문 박물관입니다. 2000년 문을 열었고, 작년 10월 새 단장을 했습니다. 박물관은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의 신문 유물뿐 아니라 주요 신문의 창간호와 종간호, 신문 제작 기기 등 2만5000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볼까요.

컴퓨터가 없을 때, 신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신문박물관에서는 신문이 처음 등장한 이래 1990년대까지 신문을 만들 때 사용한 기계와 공정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신문이라는 이름의 근대적인 정기발행물이 인쇄 및 발행되기 시작한 시점은 1883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1990년대까지 100년이 넘도록 기사 광고 사진이 들어갈 자리를 정하고 모양을 꾸미는 과정을 모두 사람의 손으로 했습니다.

신문에 사용할 모든 글자를 미리 만들어 놓고, 기사의 내용에 맞게 하나씩 뽑아서 신문 크기의 판으로 만듭니다. 여기에 잉크를 칠해 종이에 찍어내는 식으로 신문을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판을 활판, 이런 인쇄방식을 활판인쇄라고 합니다. 인쇄를 하려면 글자가 있어야겠죠. 신문을 만드는 일 역시 납으로 된 활자를 만드는 데서 시작합니다. 납은 연한 금속이라서 섬세한 글꼴 제작에 적당합니다. 한 번 사용하면 금방 닳으니까 깨끗이 인쇄하기 위해 단 한 번만 사용합니다. 1960년대 중반 동아일보는 하루 8면의 신문을 발행했는데, 여기에 15만 자의 활자가 필요했습니다. 어린이 신문에도 5만여 자를 사용했으니 하루에 20만 개가 넘는 납 활자를 매일 만든 셈입니다. 한 번 사용한 납 활자는 녹여서 다음 날 다른 활자의 원료로 재사용합니다.

납활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푸집이 되는 모형 글꼴이 있어야 합니다. 납활자는 종류, 크기, 일정한 규칙에 따라 문선대(文選臺)라는 커다란 작업대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았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활자는 가까운 곳에 둡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죠.

문선대 앞에는 문선공(文選工)이라는 기술자가 있습니다. 문선공은 기사의 내용을 활자로 뽑아내는 일을 합니다. 아주 능숙한 문선공은 1분에 40개의 활자를 골라냅니다. 마구 휘갈겨 쓴 원고는 읽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1분에 20자 정도를 골라낼 수 있었답니다.

사람이 손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도 간혹 생깁니다. 활자가 거꾸로 들어가거나 옆으로 누워버리는 실수가 종종 발생합니다. 지금과 같이 한글 위주가 아니라 한자 위주의 시대였으니 오탈자(誤脫字)가 자주 나왔죠.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모 신문이 1면 머리기사 본문에서 이승만 대통령(大統領)을 ‘이 견통령(李 犬統領)’으로 틀린 활자를 넣었습니다. 사장이 구속되고 무기정간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몇 년 후 다른 신문사는 대통령을 대령(大領)으로 잘못 표기한 적도 있어요.

신문사들은 이런 실수가 없도록 대통령과 관련된 활자를 별도로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 또는 ‘○○○ 대통령’이라는 6글자를 합친 납활자를 따로 제작한 거죠. 오타 사고를 막고, 시간을 절약하는 지혜였습니다.

신문박물관 이현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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