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서울 공기가 차갑다. 용산초등학교 옆 근무지(국방홍보원)로 출근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카페에서 모닝커피를 챙겼다. 오늘 스케줄은 방송 프로그램 촬영. '군인들만 보니 대충해도 문제없겠지.' 퇴근하는 길에 책도 몇 권 샀다. 용산 국방부 영내 내무반에 오니 고참이 "형" 하고 부른다. 대부분 입대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선임이 후임 군기를 잡는 일은 거의 없다.
국방부와 연예기획사, 제대한 연예인들을 취재해 재구성한 '연예병사'의 하루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31)와 배우 김태희(33)가 열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진 연예병사 논란이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대체 연예병사는 무슨 일을 하기에 연애도 맘대로 하느냐" "비 같은 ××가 한둘이겠냐" 등 비판이 쏟아졌다. 군대에 다녀온 덕분에 좋은 이미지를 쌓았던 연예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군 생활을 했는지 검증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특히 김태희의 친동생인 이완도 연예병사로 비와 함께 복무한 것으로 확인되자 "비-김태희 중매하러 군대 갔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연예병사의 정식 명칭은 '홍보지원대원'. 정원은 20명 내외다. 국방부 훈령에 따라 영화, TV 드라마,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있는 사람이 지원하면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경쟁률은 3~4 대 1 정도다.
동아일보 확인 결과 비 외에 가수 이특(박정수), KCM(강창모), 탤런트 김재욱 등 16명이 현재 연예병사로 복무하고 있다. 역대 연예병사 출신은 가수 싸이(박재상) 박효신 토니안(안승호) 김범수 문희준 윤계상, 탤런트 이완(김형수) 이동건(이동곤) 이동욱 양동근 공유(공지철) 등이다. 이들은 국방부에서 제작하는 TV,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과 위문공연을 주 업무로 삼는다. 자대배치를 받으면서 군악대, 의장대에 소속되는 연예인 사병도 있는데, 이는 홍보지원대원과는 다르다.
반면 비난이 지나치다는 얘기도 있다. 연예병사 출신 탤런트 김지훈은 "연예병사가 군기를 살려준다"며 "외박은 훈련을 받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를 수 없으니 무대의상 등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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