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정치부 여기자 늘린 ‘박근혜 효과’
물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배출됐다고 해서 여성 논설위원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연말연시 언론사 인사에서 여기자들에게 사상 초유의 승진잔치가 벌어진 것을 우연이라고 넘어가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여성 대통령 시대라는 자각이 인사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모 언론사의 경우 여직원 모임에서 여성 임원을 배출해줄 것을 경영진에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까지 했던 박 당선인이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온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2004년 4월 총선을 앞둔 3월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가 됐을 때 다급해진 언론사들은 최소한 한 명의 여기자를 당사에 파견하기 시작했다. 여성 당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서는 화장실이나 미용실을 함께 쓸 수 있는 여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이전에는 국회 출입 여기자는 언론계를 통틀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 비율이 30∼40%에 이른다. 물론 박 당선인의 힘만은 아니다. 교사 법조인 의사 외교관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언론계도 여성 파워가 거세다.
박 당선인은 여기자가 취재하기에 유리한 사람도 아니다. 일정은 물론이고 정책 인사 등 모든 게 크렘린 스타일이다. 그는 읍소 작전도, 협박 작전도 안 통하는, 참으로 기자를 힘들게 하는 취재원이다. 그런 그가 여기자의 취재영역 확대에 기여했으니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게 역사의 섭리인가 보다.
의사결정에 여자가 참여해야 양성평등
월급통장을 아내가 관리하고 남편이 용돈을 타 쓰는 나라에서 여성 지위가 낮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소리가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대학은 물론이고 대학원 입학 비율에서도 여자가 앞섰고, 교사임용시험 공무원시험 기업입사시험도 여자가 휩쓸고 있다. 남자들의 위기의식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남성부 신설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유엔은 왜 한국의 여성 지위가 낮다고 하는 건지 억울해 죽겠다는 눈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