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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박효신, 발라드부터 빅뱅까지…군대가 키운 ‘국대급’ 보컬

입력 | 2013-01-04 13:58:58


●발라드-군가-셔플댄스-클럽 뮤직…장르 초월
●지드래곤으로 깜짝 변신 ‘판타스틱 베이비’
●오는 4월 새 앨범 발매 및 소규모 공연 예정


“제 걱정 많았죠? 오늘 여러분들께 고소당하지 않을 만큼 확실하게 불러드릴게요.”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처럼 박효신(32)의 음성이 관객의 마음을 감동으로 덮었다.

그는 멘트부터 댄스까지 팔색조 매력을 선보이며 이틀 동안 공연장을 찾은 4만여 관객을 확실히 무장해제 시켰다. 한 회에 200분간 지속된 공연이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며 박효신을 고소하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박효신은 지난 12월 28일과 29일 양일간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군 제대 후 첫 콘서트인 ‘워 이즈 오버’(WAR IS OVER)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2012년 9월 제대 후 처음으로 가진 단독 콘서트. 오랜 시간 자신의 음악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라이브 무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또한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댄스, 군가, 클럽 음악까지 자신이 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을 선보였던 또 다른 박효신을 발견한 공연이기도 했다.

등장부터 남달랐다. 박효신은 동화 같은 영상을 시작으로, 자신을 상징하는 피스마크를 형상화한 무대 장치를 타고 공연장 천정에서 내려왔다. 이어 천리행군에 나서는 군인처럼 공연장을 폭넓게 아우르는 원형 무대를 향해 비범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를 향한 핀 조명, 그의 음성 한 마디 한 마디는 이내 수많은 관객을 숨 죽이게 하거나 괴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무슨 이런 괴물이 다 있을까. 박효신은 팬들을 떠났던 몇 년 사이 깊고 넓은 아우라를 가진 가수로 변해 있었다.

▶ 목소리 하나로 관객을 울리는 박효신의 진가

박효신의 공연을 찾는 관객들은 왜 수많은 연말 공연 중에서 박효신을 선택했을까. 대부분의 대답은 ‘가창력’일 것이다. 실제로 이날 공연에서 박효신은 CD를 재생한 것 같은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박효신은 데뷔 초부터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인정받았다. 이날도 발라드와 댄스, 클럽 음악 등 다양한 곡들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시작은 경쾌했다. 박효신은 군 제대와 첫 단독 콘서트를 자축하는 듯 리드미컬한 곡들로 초반 공연의 문을 열었다. 박효신은 음향만큼이나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였다. 이날 수많은 조명은 박효신의 몸짓, 손짓에 맞춰 움직이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박효신은 ‘사랑 사랑 사랑’, ‘Only U’, ‘흩어진 나날들’, ‘추억은 사랑을 닮아’, ‘MEDELY’ 등 총 26곡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200분을 가득 채웠다.

서울에 눈이 내린 첫날(29일) 공연에서는 함박눈과 함께 울려 퍼진 ‘눈의 꽃’으로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박효신은 이에 “‘눈의 꽃’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곡이다. 12년간 가장 많이 부른 곡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대에서만은 부르고 싶지 않았다. 눈을 정말 많이 쓸었기 때문이다”며 관련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 군대가 키운 박효신의 新 감성 “나는 군필 가수다”

이번 공연은 박효신이 군에서 제대한 지 약 100일 즈음 성사됐다. 그래서였을까. 박효신은 군대라는 곳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것 같았다. 박효신은 이날 ‘멋진 사나이’, ‘사랑하는 전우야’ 등 야심 차게 편곡한 군가를 선보였다. 의상마저도 군복을 연상시켰다.

박효신은 “난 어쩌다 보니 히트곡이 많은 군필 가수다. 군대에서 해 보고 싶은 게 많았다”며 “(생수를 마시는 모습에 팬들이 호응하자) 공연을 하며 생수도 마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훈련소 2주차부터 간식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때 누군가 내게 초콜릿 바와 캐러멜을 줬다. 당시 분대장이었기에 초콜릿 바는 분대원 양보하고 캐러멜은 잠들기 전 침낭을 뒤집어쓰고 하루에 하나씩 혼자 먹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해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또 당시 배우 김태희라는 태양 같은 존재 때문에 입대한 그의 동생 이완을 친히 보필했다고 밝혀 공연장을 찾은 남성 팬들의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효신표 군가’가 흘러나오자 관객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이내 곡에 몰입했다. 실제로 기자의 주변에 앉은 한 관객은 “뭔가 슬퍼. 효신이 오빠 군대 두 번 가면 큰일 나겠다”며 걱정과 감동이 섞인 멘트를 주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관객은 박효신의 등장 때부터 복받쳐 오르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고함으로 3시간 남짓 기자의 귀를 괴롭힌 장본인이었다.

▶ 김광진 이소라, 박효신 위해 연말도 반납


박효신의 콘서트는 의외의 게스트들로 하여금 더욱 빛났다. 가수 김광진과 이소라의 등장은 놀라웠다. 김광진은 현재 가수 이외에도 금융맨으로 활동 중이며, 이소라는 칩거를 잠시 접어두고 아끼는 동생을 위해 자리했기 때문이다.

김광진과 이소라는 각각 히트곡인 ‘편지’와 ‘바람이 분다’로 박효신과 조우했다. 박효신은 두 곡의 1절을 부르고 이내 무대를 떠났다. 의아해하는 팬들이 ‘왜 그러지’라는 의문점을 가질 때쯤 두 사람은 2절을 부르며 덤덤히 무대로 올라왔다. 공연장 곳곳에서 “대박”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박효신은 두 사람에게 친히 준비한 크리스마스·연말 선물을 전달하고 게스트 요청에 흔쾌히 승낙한 두 선배 가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광진은 “‘편지’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기 전에 박효신이 리메이크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편지’가 내 곡이 아닌 그의 곡이 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부탁해 오는 가수들에게는 모두 허락했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 여기에 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소라 역시 “내 공연이었더라도 안 왔을 텐데 박효신의 공연이라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와줘서 고맙다’는 박효신의 말에 “그렇지 넌 좀 감사해야 해. 이런 날 여기로 불러냈으니. 요즘 노래도 안 하고 밖에도 잘 나오질 않는다”며 박효신과 절친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 박효신 맞아? 지드래곤의 ‘판타스틱 베이비’ 재해석

‘오디형 가수’이자 ‘공연형 가수’인 박효신은 이날 모든 걸 쏟아 냈다. 경쾌한 음악으로 시작해 군가를 선보였고, 이어 감성 발라드와 클럽 음악은 물론 셔플댄스까지 선보였다.

발라드만 부르던 박효신은 더 이상 없었다. 2년간 무대에 목말랐던 그의 욕구는 그를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가수로 재탄생시켰다.
 
같은 소속사 후배 아이돌 그룹 ‘빅스(VIXX)’의 지원사격으로 함께 꾸며진 댄스 타임에서 박효신은 은색 광택 소재의 반짝이 바지에 빨간색 퍼 재킷을 입고 지드래곤의 ‘판타스틱 베이비’ 무대를 꾸몄다. 셔플 댄스 무대도 이어졌다. 발라드를 넘어 댄스에 욕심을 내는 ‘중고 신인’이 탄생한 순간이다.

이어 LMFAO의 ‘Party Rock’, 마룬5의 ‘Moves Like Jagger’ 무대를 통해 100여 명의 댄서는 물론 전 관객과 뜨거운 밤을 보냈다. 무대를 보면서도 ‘저 사람이 박효신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박효신은 “그동안 저를 걱정해주고, 염려해주신 팬들 때문에 힘을 냈다. 큰 사건을 겪으며 평온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말 많이 그리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밝혔다.

“군대에 있을 때 느낀 생각과 경험을 담아 다가오는 4월쯤 앨범을 내고 다시 팬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그 전에 싱글 앨범을 내고 소극장 공연도 하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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