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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은 ‘冷골’… 선수-관중 “너무 춥다” 한 목소리

입력 | 2013-01-05 07:20:00

김연아.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너무 추워서 링크에 나가면 정신이 없다.”

지난 1989년 개장한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빙상의 ‘산실(産室)’이다. 쇼트트랙부터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에서 아이스쇼까지 목동 아이스링크는 척박한 한국 빙상계를 지탱해온 버팀목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013년의 시작과 함께 목동 아이스링크에서는 4일부터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 67회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이 열리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23·고려대)가 선수 복귀 후 처음으로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무대이자 2013년 피겨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김해진-최휘(이상 16·과천중), 박소연(16·강일중), 김진서(16·오륜중), 이준형(17·수리고) 등 소위 ‘김연아 키드’들이 총출동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서울에 이만한 실내 빙상장이 없다’라는 평을 듣는 목동은 개장 23년여를 맞는 ‘오래된’ 아이스링크다. 겨울스포츠인 피겨에 있어 낙후된 시설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바로 경기장 내의 추위다. 4일 목동을 찾은 피겨팬들은 온몸을 엄습하는 한기에 시달렸다. 두터운 점퍼를 껴입어봐도 추위는 여전했다. 이날은 노비스(3-4등급)와 주니어(5-6등급) 선수들의 경기만 열렸던 터라 관중도 많지 않아 추위가 더했다.

피겨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서울부터 강릉까지 다 가봤다는 한 열성 피겨팬은 “목동이 모든 링크 중에 제일 추운 것 같다. 난방이 전혀 안 되는 느낌”이라며 “하루종일 앉아있다보니 엉덩이도, 다리도 꽁꽁 얼었다.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또다른 피겨팬은 마침 정빙(整氷) 시간에 에픽 하이-이하이의 ‘춥다’가 울려퍼지자 “노래까지 원망스럽네”라며 웃었다.

선수 및 관계자들도 춥기는 마찬가지. 다행히 선수 대기실은 난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선수들이 복도를 통해 링크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의 추위도 만만찮다. 피겨 종목의 특성상 선수들은 얇은 홑겹 의상만을 입고 경기에 임하기 때문. 선수들과 경기장 밖의 매서운 추위 사이에는 통로를 반쯤 막은 파티션 하나와 유리문 뿐이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연신 복도를 뛰어다니며 추위를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한 남자선수는 “대기실은 좀 괜찮다. 복도도 춥고, 링크 옆에서 대기할 때는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라며 “경기를 앞두고 춥기까지 하니 더 긴장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여자 선수는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다가 링크에 딱 들어서면 너무 추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라면서 “첫 점프만 조심하면 그 뒤로는 연기에 몰입하면서 나아진다”라고 답했다. 또다른 여자 선수도 “과천이나 강릉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덜 추운데, 목동은 올 때마다 독보적으로 춥다고 느낀다”라고 전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난방을 하고 있는데도 날씨가 워낙 추워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내일은 난방을 더 추가해서 오늘보다 훨씬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빙상연맹 측은 링크 한쪽에 '키스 앤 크라이 존'을 만드는가 하면, 전광판을 LED 전광판으로 교체하는 등 이번 대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챔피언’ 김연아는 과거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반팔만 입고 나서도  따뜻한 훈련용 아이스링크였다”라고 한국 빙상계의 현실을 비판한 바 있다. 피겨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김연아를 낳은 한국. 아직도 스포츠 선진국의 길은 멀기만 하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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