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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실무적으로 인수하라

입력 | 2013-01-05 03:00:00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실세’나 ‘측근’의 이름은 없었다. 오히려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자기 분야에 몰두하던 학자와 전문가형 위원이 많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이번 인수위는 새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국정철학과 정책기조 초안을 설정해 새 정부의 원활한 출발을 준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치색이나 논공행상, 지역 편중이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인수위원 24명 중 박근혜 당선인의 핵심 선대기구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출신이 14명이다. 역대 인수위와는 다른 모습이다.

간사 중의 간사인 국정기획조정 분과 간사로 발탁된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조직 개편과 국정과제 선정 등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박 당선인과 개인적 연(緣)도 없고,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소신대로라면 공직을 전리품처럼 나눠 먹는 조직 개편이나 보은(報恩) 인사, 공직을 통해 사익을 취하는 부패와 불투명한 행정은 인수위 때부터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외교 국방 통일간사인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꼿꼿 장수’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확고한 안보의식으로 이름나 있다. 경제1, 2분과 간사들은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중소기업 위주 경제구조 개편을 염두에 두고 인선한 듯하다. 그러나 박 당선인에게 거침없이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인수위원들이 소신을 갖고 직언해주기를 기대한다.

인수위는 앞으로 들어설 정부의 성격과 성패까지 알려주는 미래의 거울이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는 부동산 정책 자문위원이 고액 부동산 컨설팅을 해 주다 해임되고, 국가경쟁력특위 관계자들이 점심때 인천 강화군까지 가서 장어요리 대접을 받아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수차례 사과했다. ‘40대 학자’가 중심이었던 노무현 정부 인수위에서는 한 전문위원이 노동부의 업무보고를 받던 중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점령군 같은 ‘거친 인수’로 물의가 그치지 않았다. 전자는 공공 마인드의 결여, 후자는 설익은 이념 과잉이라는 두 정권의 성격이 인수위 때부터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인선에 대해 역대 다른 인수위보다 늦게 발표를 하면서도, 배경 설명조차 없는 일방통보식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수긍할 대목이 없지 않으나 인수위는 결국 일로써 평가받을 것이다.

인수위의 존재 이유는 국정의 연속성 유지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의 공과(功過)를 가감 없이 평가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새 정부 국정운영에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100% 대한민국’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순항할지는 인수위원회가 얼마나 성실하고 엄정하게 국사(國事)를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