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서울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단을 접견했다. 당선인의 첫 공식 행사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보상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를 거부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하면서 최악의 상태로 빠진 한일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박 당선인과 아베 총리는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일본 특사는 “새 정부 출범이 양국 관계에 좋은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는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고, 박 당선인은 “초기부터 우호적 관계가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미국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선언했고 중국은 거침없는 해양 굴기(굴起)에 나서고 있다. 주요 2개국(G2)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동아시아의 긴장은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이 과거사의 덫에 갇혀 등을 돌린다면 둘 다 손해다.
특사 접견 때 독도와 과거사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두 나라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右傾化) 바람을 타고 집권한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시마네 현이 매년 2월 22일 주최하는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국가행사로 치르겠다는 계획은 유보했지만 독도 영유권 주장은 진행형이다.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확보, 자위대의 수시 해외파병 등을 통해 ‘보통국가’로 가겠다는 분위기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아베는 ‘중대한 실수’로 임기를 시작하려는 것 같다”는 뉴욕타임스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한일 관계는 정권 초기에는 아주 좋다가, 정권 말기에 틀어지는 롤러코스터를 타왔다. 박근혜 정부 때는 어떨 것인가.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인식과 유효한 통제 수단을 가져야 한다. 그걸 선택하는 맨 앞에 박 당선인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