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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이어 ‘문센’대란? 정부-마트 기싸움에 엄마들 뿔났다

입력 | 2013-01-05 03:00:00

■ 홈플러스 강원지역서 일부 폐지 방침에 인터넷서 와글와글




지난해 발생한 ‘어린이집 대란’에 이어 올해에는 ‘문화센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강원지역에 있는 점포의 4개 문화센터의 3세이상 유아 초중고생 대상의 강좌를 봄 학기부터 폐지한다고 밝히자 그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을 맡겼던 주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홈플러스는 문화센터를 학원으로 등록해 운영하도록 한 관련 법률이 부당하다며 전국 점포의 문화센터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저렴한 문화강좌 제공이 어렵게 됐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걸쳐 100개가 넘는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용자 수가 연 100만 명이 넘는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설치된 문화센터는 한 달에 3만∼4만 원을 받고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정도 영어 발레 등 각종 특기적성교육을 한다.

○ 문화센터 폐지 억측 난무

홈플러스가 강원지역 문화센터 일부 수업 폐지 방침을 예고하자 인터넷에서는 주부들의 반발과 억측이 쏟아졌다. 주부들은 홈플러스 문화센터(문센)가 학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없어진다는 소식에 ‘그럼 영유아 수업 받으러 비싼 돈 주고 학원 가란 말인가’ ‘저렴한 문센은 불법이고 비싼 학원은 합법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라 문센이 폐지된다더라’ ‘진보교육감들이 학원 로비에 밀려 문센을 없앤다더라’식의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011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을 개정해 만 3세 이상 영유아와 초중고교생이 교육받는 곳은 학원으로 등록하도록 하면서 빚어졌다. 문화센터 등이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돼 강사나 시설, 이용료 등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과부는 각 시도교육청이 학원 등록을 위한 유예기간을 둔 뒤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강원교육청은 지난해 12월을 시한으로 정해 올해 1월부터 학원 등록을 하지 않은 문화센터를 처벌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4월까지를 시한으로 고려 중이고 나머지 시도도 시한을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학원법은 만 3세 이상만 대상으로 하므로 문화센터 이용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36개월 미만의 영아는 종전처럼 문화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 주부 반발에, 학원업계 저항까지

홈플러스를 제외한 유통업계 빅3인 롯데, 신세계, 현대는 문화센터를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지난해 정관에 학원업을 추가해 문화센터가 속한 각 시도교육청의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학원으로 등록만 하면 된다. 롯데와 현대도 학원법 기준에 맞춰 문화센터를 유지하기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 주제나 이용료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강사나 시설기준 등이 이미 학원법을 충족하고 있어 문제가 없고 종전처럼 이용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학원업계는 대형 유통업체 문화센터의 학원 등록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학원연합회는 지난해 2월 신세계가 정관에 학원업을 추가하자 ‘대형 유통업체가 학원까지 장악하려 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학원업에까지 진출하면 중소 학원들의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기존 문화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2000년 마을버스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업계가 백화점과 할인점의 무료 셔틀버스 운행에 반대해 운행중단을 이끌어내면서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은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주부 김기지 씨(35)는 “영유아 부모들에게는 대형 유통업체의 문화센터가 정말 유용하다”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빠른 시일 안에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김지영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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