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기름 가득 채워줬지만… 70대, 보일러 끄고 자다 참변
“엄마, 엄마…이상하네, 이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시진 않으셨을 텐데….”
3일 오후 4시경 광주 동구 산수동 1층 단독주택 앞에서 주부 이모 씨(49)는 연신 ‘엄마’를 불렀다. 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이 씨는 이날 남편과 함께 국, 김치 등을 챙겨 어머니 심모 씨(79)를 뵈러 왔다. 심 씨는 남편이 뇌중풍으로 숨진 뒤 자식들이 모시겠다고 했지만 “자식에게 짐 되기 싫다”며 이곳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1남 2녀인 자식들은 종종 들러 심 씨의 건강을 챙겼다.
방문을 열자 13m²(약 4평) 크기의 방 안은 냉기로 가득했다. 이날 광주 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5도. 밖과 별로 다르지 않을 정도로 방 안에 냉기가 돌았다. 어머니는 내복을 입은 채 다리에만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이불에 깔아놓은 전기장판도 미지근했다.
이 씨가 타박을 하며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다. 어머니의 손이 툭 떨어졌다. 불길한 마음에 손을 잡았다. 온기를 느낄 수 없이 차가웠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9시경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날씨도 추운데 돈을 아끼지 말고 보일러 기름을 많이 때라”고 당부했다. 또 2일에도 다시 전화를 해 보일러를 계속 켜 놓으라고 당부했다. 평소 모든 것을 아끼는 어머니가 기름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끄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큰아들(52)도 최근 혹한이 이어지자 어머니의 집 보일러 기름 탱크에 등유를 가득 채워놓기도 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심 씨가 동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고령인 심 씨가 기름값을 아껴 자식에게 부담을 덜 주려고 보일러를 켜놓지 않은 데다 전기장판도 약하게 틀어놓고 잠이 들어 저체온증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평소에 어머니가 ‘노인이 따뜻하게 지내면 뭐하나’라는 말을 자주 해 기름값이나 전기요금 아끼지 말고 따뜻하게 난방을 하시라고 신신당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