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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이적생의 ‘힐링 점프’

입력 | 2013-01-05 03:00:00

식스맨서 히어로로… KCC 가드 김효범




“팀 빛내는 코트 위 조연 기대하세요” 프로농구 선두 SK에서 최하위(10위) KCC로 트레이드된 뒤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드 김효범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 남은 경기에서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에 집중해 KCC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용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롤러코스터와 같은 농구 인생이네요. 바닥을 쳤으니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야죠.”

미국 대학 농구무대에서 활동하다 2005년 ‘아트 덩커’로 불리며 화려하게 한국 농구에 입성한 가드 김효범(30·KCC). 모비스에서 데뷔한 그는 처음엔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지도 아래 2009∼2010시즌 모비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샴페인을 너무 크게 터뜨린 탓일까. 다음 시즌에 SK로 이적한 그는 팀에 융화되지 못하며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최하위(10위) KCC로 트레이드 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모든 이가 “김효범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김효범은 그곳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준비했다.

김효범은 SK에서는 벤치 멤버였지만 KCC에서는 주전으로 뛰며 펄펄 날고 있다. 그는 2일 LG와의 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26점을 넣으며 꼴찌를 달리던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KCC로 이적한 뒤 세 번째 경기였다. 그는 앞선 경기에서도 양 팀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었다. 3일 경기 용인시 KCC체육관에서 만난 김효범은 들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차분했다. “모두가 잘해서 이긴 것인데 나 때문에 이긴 것처럼 보여서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나는 팀의 일부일 뿐인데….”

KCC로 옮긴 뒤 그는 두 가지를 다짐했다. “내가 꼭 주연이 될 필요는 없다. 조연이어도 팀 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것과 “부족한 점을 찾아 스스로 고치자”는 것이다. 이러한 다짐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2010∼2011시즌을 앞두고 5억1300만 원의 연봉 잭팟을 터뜨리며 SK로 이적했다. 그러나 그는 SK에서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다. 김효범은 “당시 나는 어떤 팀에 가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비스의 조직적인 농구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빛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거죠”라고 말했다. SK에서의 첫 시즌에 그는 평균 15.2득점을 기록했지만 팀은 7위에 머물렀다. “개인 성적은 잘 나온 것 아니냐”고 묻자 김효범은 손사래를 쳤다. “그게 잘못된 거예요. 제가 득점을 많이 한 날 우리 팀이 이긴 경기가 거의 없었어요. 개인플레이는 잘했지만 동료의 득점력을 살려주질 못했어요.” 이제 그는 자신의 득점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동료의 득점까지 도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나고자 한다.

지난해 말 SK가 선두를 달릴 때 김효범은 좀처럼 코트에 보이지 않았다. 문경은 SK 감독은 “선수에게는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이 필요하다”며 김효범을 KCC로 트레이드 시켰다. 김효범은 “SK에서도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발목과 허리 부상이 겹쳐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부상을 떨쳐낸 만큼 내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 감독님이 어떻게든 나를 기용하려고 하셨는데…. 그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KCC에서 치른 두 번째 경기에서 김효범은 23득점하며 팀의 7연패를 끊는 데 일등공신이 된 뒤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순간에 그가 눈물을 보인 이유가 궁금했다. “한동안 ‘이제 나는 농구를 잘할 수 없는 건가’라며 스스로를 의심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의구심을 떨쳐버렸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요. 이제 자신감을 완벽히 찾은 것 같습니다.”

김효범은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자신이 떠나온 SK를 상대로 경기를 치른다.

용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