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사고’ 대전 40대 주부의 하소연
최정숙 씨는 2011년 5월 다른 차량의 불법 꼬리물기로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가해자로 몰렸다 정식 재판을 통해서야 결백을 입증했다. 최 씨가 3일 대전 중구 보문산 오거리를 찾아 당시 사고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최정숙 씨(45·여·대전 서구 둔산동)는 이곳에서 꼬리물기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엄연히 초록 신호를 보고 출발했는데 오른쪽 길에서 나타난 차량과 부딪친 것. 당연히 자신이 피해자고 꼬리물기 차량이 가해자로 결론날 줄 알았지만 정반대의 조사 결과 때문에 1년 6개월 동안 재판을 치러야 했다.
꼬리물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한 2일자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첫 회를 보고 최 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사방에서 경적이 울렸고 교차로는 차량으로 뒤엉켰다. 상대방 승용차는 운전석 뒤 문짝이 파손됐고 최 씨의 쏘렌토 차량도 앞 범퍼가 부서졌다. 최 씨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차량수리는 보험 처리를 하면 됐고 상대 차량이 신호를 위반했으니 법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꼬리물기 차량이 아니라 최 씨가 가해자라고 결론 냈다. 상대방이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씨는 사고 당시 중학생 아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있었다.
“평소 아들에게 신호등 준수 등 준법을 강조했는데, 엄마가 신호위반 교통사고를 낸 꼴이 됐잖아요. 자식 앞에서 법을 어긴 엄마라는 누명을 쓰고 싶진 않았어요.”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상대 차량 운전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다 인근 슈퍼마켓의 CCTV에서 결정적인 내용을 확보했다. 최 씨 오른쪽 도로에서 처음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과 사고 차량이 진입할 때까지의 시간이 27초 정도였다. 초록 신호는 22초 동안 지속되고 노란 신호는 3초간 들어오기 때문에 사고를 낸 차량은 빨간불로 바뀌는 시점에 교차로에 진입해 사고를 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하지만 화면이 선명하지 않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최 씨는 6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은 1년 1개월 동안 진행됐다. 모두 8차례 재판이 열려 최 씨가 준비한 관련 서류만도 라면박스 한 상자를 가득 채웠다.
지난해 11월 23일 대전지법. 단순 교통사고 사건이지만 이례적으로 현장검증까지 벌인 대전지법 이지영 판사는 10장 분량의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최 씨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별것도 아닌 일로 번거롭게 만든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비록 단순한 꼬리 물기, 신호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지만 한 사람의 인생 중 1년 반을 짓밟았어요. 수사기관이 엄중하게 조사해서 제대로 처벌해야만 잘못된 운전습관이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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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