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 강화-對테러 명분… 한시특별법 대신 일반법 추진사실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 올 방위예산 1000억엔 증액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노골적으로 군사대국화 노선을 걷고 있는 일본이 자위대의 해외파병 상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일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자위대 행동반경을 세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정권은 2013년 방위 예산(2013년 4월∼2014년 3월)도 당초 안보다 1000억 엔(약 1조2200억 원) 증액할 방침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달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위대를 수시로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의 대(對)테러작전에 파견하는 방안에 합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어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체계를 담은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국내법을 마련한다는 것. 그동안 일본은 자위대를 국제평화유지활동(PKO) 이외 목적으로 해외에 파병할 때마다 한시적 특별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반법이 생기면 파병 빈도와 규모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신문은 자위대의 해외 파병 범위는 재해 예방, 원조, 해적 퇴치와 해상교통 안전 확보, 우주·사이버 공간 보호,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지원 등 미국이 중시하는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재정난으로 국방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미국의 요구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채 일본 극우 진영이 미국의 요구를 지렛대로 자위대 활동반경을 넓혀 왔기 때문에 주변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아베 정권이 방위 예산을 민주당 정권보다 1000억 엔 이상 늘려 4조7000억 엔(약 57조 원)으로 편성하는 이유는 중국 항공기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공 진입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육상 자위대 정원을 1000명 줄이려던 당초 계획을 보류해 15만4000명을 유지하고 F-15 전투기를 보강하기로 했다.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34조3453억 원이다.
또 이 신문은 아베 정권이 올해 안에 일본 중장기 국방계획의 기본방침을 담은 방위계획대강과 중기 방위력정비계획 수정작업을 끝낼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는 자위대 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