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시간/스티브 테일러 지음·정나리아 옮김/277쪽·1만3000원·용오름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지루하고 초조할 때는 더디게, 편한 친구와의 수다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는 저자는 이처럼 심리적인 시간을 ‘제2의 시간’이라고 규정하고 4년간 연구해온 ‘시간의 왜곡’ 현상의 원인을 설명한다.
저자는 맨체스터 공항에서 여행을 다녀온 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사람이 타지에서의 시간이 실제보다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꼈다고 답했다. 제2의 시간이 적응, 경험의 정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접할 때 시간은 유난히 천천히 흐른다. 여행지에서의 첫날은 느리게 가고, 마지막 하루는 쏜살같이 가는 것도 생소했던 장소가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 칠레의 인디언들을 관찰한 인류학자 앤드루 미러클은 그들이 시장에 한 번 가기 위해 오후 내내 트럭을 기다리면서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내일 다가올 재앙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흐르는 시간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 몰입하면 24시간을 심리적으로 길게 활용할 수 있다.
철학 문학 심리학을 가로지르며 시간을 탐구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간명하다. 현대인들의 조급증이 오히려 시간을 더 빨리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조언하는 ‘제2의 시간’ 늘리는 법은 이렇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현재에 집중하라, 매일 아침 샤워할 때 어젯밤 일을 곱씹거나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하기보다는 몸에 부딪혀 흐르는 물줄기의 온기에 집중하라, 익숙했던 지하철 출근길을 버스로 바꿔 생활에 변화를 주라…. 프랑스 철학자 마리 장 귀요(1854∼1888)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시간의 양을 늘리고 싶다면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스스로를 새롭게 하라.”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