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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제10구단]구단선정 역사상 첫 복수기업 경쟁… 역사적 선택 놓고 치열한 기싸움

입력 | 2013-01-07 03:00:00

전북 vs 수원 뜨거운 유치전쟁




프로야구 출범 이후 복수의 기업이 신생 구단 유치 경쟁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초대 KBO 사무총장으로 프로야구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던 이용일 전 KBO 총재는 “7구단을 만들 때는 동아건설과 한국화약(빙그레·현 한화)이 후보였지만 동아건설이 막판에 ‘가입금을 낼 수 없다’며 창단을 포기했다. 8구단을 만들 때는 전북을 연고로 한 쌍방울과 마산을 연고로 한 한일그룹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한일그룹은 서류상 경쟁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처럼 탄탄한 기업들이 야구단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7일 창단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전북·부영과 수원·KT는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연말 대선 바람을 타고 후발 주자인 전북·부영이 ‘프로야구 전국 균형 발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세를 취하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수원·KT도 적극 홍보에 나섰다. 양쪽의 본격적인 힘겨루기는 ‘이동거리 논쟁’으로 시작됐다.

한국체대 김세형 박사는 지난달 26일 ‘10구단 체제에서 구단별 이동거리와 경기력의 상관관계’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수도권에 4곳, 비수도권에 6개 구단이 들어서야 구단별 이동거리 격차를 크게 줄여 공정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서울의 3개 구단(두산 LG 넥센)과 인천의 SK 등 수도권에 4팀이 있는 현실에서 전북·부영 쪽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수원·KT가 10구단으로 참여하면 5개 지방 구단의 연간 평균 이동거리가 수도권 5개 구단의 거리보다 34% 길다. 반면 전북·부영이 10구단이 되면 6개 지방 구단의 평균 이동거리는 수도권 4개 구단보다 10% 정도만 길다.

김 박사는 “흥미 차원에서 접근했을 뿐 어느 한쪽의 의뢰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원·KT는 “프로야구의 일정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타당성 없는 조사”라며 즉각 반박에 나서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수원·KT는 “10구단 연고지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절대 우세하다”는 자료와 ‘빅테크테인먼트’로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홍보전에 불을 지폈다. 빅테크테인먼트란 야구(Baseball)와 정보통신(Information&Communications)을 융합한 첨단기술(Technology)을 기반으로 국민에게 새로운 문화적 즐거움(Entertainment)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전북·부영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전까지 지적돼온 흥행 약점에 대해 “홈은 물론 원정경기 흥행 파워도 충분하다”는 자료를 내놨다. 새해 첫날에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전북의 군산상고와 전주고를 방문해 야구발전기금 2억 원을 기탁했다.

KBO는 과열 혼탁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제안서 신청을 마감한 뒤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이르면 이달 중순경 최종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