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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영화산업, 음악 수출 세계 2위를 자랑하며 각종 매스미디어 콘텐츠, 컴퓨터 게임 등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생산해내고 있다. 180년 전통의 첼시 플라워쇼는 꽃과 정원을 사랑하는 세계인의 축제이고, 런던 한복판에 자리한 뮤지컬 메카 웨스트엔드는 뉴욕 브로드웨이를 오래전에 따돌렸다.
올림픽을 앞둔 2년 전 총리 취임 직후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런던의 동쪽 낙후된 지역 개발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올림픽타운과 금융중심지 시티(City) 사이에 위치한 쇼디치 지역은 외국인 노동자가 모여 살면서 ‘가장 살기 나쁜 곳 1위’로 종종 뽑혔던 곳이다.
캐머런 정부는 “영국의 10년 후 미래는 소프트 경제가 이끌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이 미개발 지역을 창조, 문화산업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저렴한 주거환경과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유인책에 호응해 신진 예술가들이 이 지역에 속속 모여들었다.
창업 기업 수가 2008년 15개에 불과했으나 2011년 300여 개로 급증했다. 이곳은 이제 갤러리, 공연장, 디자인센터, 각국 음식점 등이 들어서며 다양한 문화, 다국적 아이디어가 접목되는 공간이 되었다.
영국인의 창조성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도로교통 표지판, 월드와이드웹(www), 애플폰 디자인이 영국인의 작품이다.
최근 만난 유대인, 이탈리아인 펀드매니저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획 능력이 영국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타국인으로 영국에 장기 거주하며 벤치마킹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창조, 문화, 스포츠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장기적인 투자 철학이라는 사견도 피력했다.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영국이 제조업에서 성장동력을 잃자 금융산업에서 국제적 리더로 자리매김하더니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소프트한 창조, 문화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싸이의 창조성 주제 강연에 귀를 쫑긋하고, 각종 대회를 통해 세계인이 모여 겨루고 즐기고 감상하게 만드는 영국인의 재능이 결국 국부 창출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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