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빈부, 포용적 제도에 달렸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
1950, 60년대 ‘보릿고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가난했던 한국이 어떻게 반세기 만에 그 가난을 벗어나 부유한 축에 속하는 나라가 됐을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와 하버드대 정치학과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건 지리적, 문화적 요인보다 포용적 경제제도라고 주장한다. 또 이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15세기 독일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이후 인쇄술을 신속히 받아들인 서유럽과 인쇄 책자마다 종교 율법학자 세 사람이 검열하도록 규제한 오스만제국의 비교 사례를 보자.
18세기 영국에선 시민계급의 창의적 기술 개발이 가능했고 19세기 서유럽의 성인 문자 해독률은 50%를 넘었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은 이 비율이 2∼3%에 불과했다. 오스만제국의 술탄과 종교집단은 인쇄술을 대중 착취가 용이한 기존 제도를 파괴할 위협으로 여기면서 지식과 부를 독점했다. 대중에겐 어떤 창의적 혁신의 동기도 없었던 오스만제국은 결국 경제발전 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부를 가져오는 것은 통제와 규제보다는 창의성과 혁신을 이끌어 내는 다원적 포용적 경제제도이며 이는 민주적 정치제도와 상호작용을 한다는 결론이다.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포용적 경제제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 역시, 혁신적 파괴를 막는 통제적 정치제도 때문에 국민이 중진국 생활수준에 도달하면 경제 성장이 끝날 것이라는 주장도 흥미롭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