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영 경제부 기자
제니스 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부행장(52)의 양육법은 조금 달랐다. 볼보코리아와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을 거치며 그는 ‘아웃소싱’으로 자녀를 키워 냈다. 집안일을 돌봐 주는 아주머니는 물론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 주는 사람까지 고용했다. 적자였다. 하지만 자신을 위한 ‘투자’로 여기니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한국에서 여성이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 그것도 ‘잘’ 해낸다는 것은 무언가 감수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친정이나 시댁의 전폭적 지원이든 소득에 맞먹는 양육비든 말이다.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국에선 여성의 경력 곡선이 ‘M자형’을 띤다. 직장생활을 하다 출산, 자녀 교육을 계기로 관두고 자녀가 크면 재취업에 나선다. 다시 얻은 일자리는 질(質)이 낮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육아휴직을 쓰고 복직해도 워킹맘은 전력(戰力)을 깎아먹는 존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1990년 네덜란드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당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3.0%로 유럽에서 꼴찌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성 위주로 시간제 근로를 확대해 이를 73%(2010년 기준)로 끌어올렸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통상 1인당 국민소득에 비례한다.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60%대, 4만 달러 이상은 70%대다. 한국은 최근 20년간 50% 안팎을 맴돌고 있다.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여성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라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말했다. 그러면서 무상보육 예산을 1조2504억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직장 문화 등 사회 인프라 혁신이 없다면 많은 지원금도 별반 효과가 없다.
‘n분의 1’ 식 지원금 분배가 답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연봉 1억 원대의 전문직 친구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기자가 밀려 있어서 어차피 애를 돌봐 줄 ‘입주’ 아주머니를 써야 한다”며 “지원금은 용돈으로 쓸 것”이라고 말한다.
김유영 경제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