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
이런 집중적인 지원의 결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차(HEV)와 전기차(EV)가 상용화돼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전기차 시장 상황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 원인 및 해결책은 그동안의 접근 방식인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소비자 중심의 사고로 접근해야만 확실한 해법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전기차는 편리성, 안전성, 경제성 등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의 전기차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편리성 면에서는 2시간 이상 소요되는 과다한 충전 시간과 충전 인프라 부족, 안전성 면에서는 현재 가장 많은 각광을 받는 리튬이차전지의 경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폭발, 화재 위험성, 경제성 면에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비싸다는 문제 등이 해결돼야만 전기차가 보편화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 과다한 충전 시간은 소비자의 불편뿐 아니라 충전소의 사업성 측면에서 불리해 전기차 보편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리튬이차전지의 경우 충전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이기 위한 급속 충전용 전지가 개발되고 있으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마그네슘-공기전지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전지이나 마그네슘 음극에서의 반응 효율이 낮고 공기 양극에서의 반응 속도가 느려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수년간의 연구로 마그네슘 음극 및 공기 양극의 새로운 화학 조성과 전지구조를 개발해 전기차로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사한 교체식 전지시스템으로 아연-공기전지가 전기차용 전지로 20여 년 전부터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전극물질로 사용하는 아연 분말이 방전되면 표면부터 수산화아연으로 변해 전기를 전달하는 데 저항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전지 성능이 저하되고 부피가 팽창해 아연 분말 슬러리의 유동성을 저해해 전지의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마그네슘-공기전지는 전지가 다 방전된 후에 마그네슘 금속판과 소금물 전해액을 10분 이내에 간단히 교체하든지, 전지 전체를 5분 이내에 간단히 교체할 수 있으므로 기존 리튬이차전지의 단점인 긴 충전 시간과 충전 인프라 부족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의 마그네슘-공기전지를 탑재한 전기차의 마그네슘 금속판 연료비 수준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할 때 동일 주행거리에 소요되는 휘발유 비용에 비해 3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향후 전지 기술이 최적화되고 반응 부산물인 수산화마그네슘의 재활용 기술 등이 개발된다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뿐 아니라 미래의 최대 시장으로 부각될 중국에서도 최우선으로 전기차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산학연이 합심해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함으로써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주도적 위치에 서기를 기대해 본다.
조병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