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오늘의 핫 이슈]경제민주화 후폭풍… 무이자 할부서비스 중단 놓고 카드-유통업계 기싸움

입력 | 2013-01-08 03:00:00

할부이자 분담 요구에… 대형유통업체 불만 폭발




 

새해 들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혼란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이 시행되면서 수수료율 체계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오른 대형 가맹점은 반발하고, 카드업계는 영세 업체의 수수료율을 내려 경영난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다투면서 무이자 할부 등 고객 서비스가 중단돼 애꿎은 소비자만 불편을 겪고 있다.

○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반발

지난해 초 정치권에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영세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업종별로 정하던 카드 수수료율을 가맹점 규모가 클수록 높아지도록 변경했다.

여전법이 개정되면서 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5% 선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상승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당시 카드사들이 헌법소원을 검토할 정도로 반발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2일 여전법이 시행되자 대형 가맹점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인상된 카드 수수료율 부담 때문에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가세했다. 이통사들은 “카드사들이 제시한 1.85∼1.89%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1.5% 수준의 수수료율을 고집했다. 금융당국은 새 수수료율을 거부하는 이통사들에 법적 조치와 공정위 제소로 압박했지만 이통사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개편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기존 카드 혜택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운 시기에 정치권이 주도해 수수료율 체계를 바꾸다 보니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불만”이라고 꼬집었다.

○ “누군가 갚아야 할 빚” vs “소비자 불편”

올해 들어서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으로 불씨가 옮겨갔다. 기존에는 할부 서비스의 이자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해왔지만 카드사와 가맹점이 비용을 분담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개정된 여전법은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를 초과하는 비용 부담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항공사, 통신사 등이 관련 비용 부담을 거부하자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이참에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점차 축소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이용 고객이 지나치게 늘었다는 얘기다.

2011년 기준으로 무이자 할부 이용액은 67조 원으로 2009년 46조5000억 원에서 2년 만에 44% 급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가 공짜처럼 여겨지지만 결국 다른 형태로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며 “일상화된 무이자 할부는 점차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세원이 투명해지는 등 신용카드가 보편화돼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길재욱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신용카드가 만능이 아니라 지급결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지해야 된다”며 “체크카드 사용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