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웅 前총장 차남 실패한 금품공세… 또 검찰 송치
사학 비리로 물러난 고(故) 박철웅 전 조선대 총장의 아들이 잃어버린 대학 운영권을 되찾기 위해 전 청와대 행정관, 종교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로비행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조선대는 1946년 호남 지역 시민들에 의해 설립된 민립대학이지만 설립동지회 회장이던 박 전 총장이 정관을 불법으로 변경해 사유화했다. 이후 부정 편입학 등으로 수십억 원을 착복하는 비리를 저지르자 학생 교수 동문들이 반발하며 1987년 퇴진 운동이 벌어졌다. 113일간의 장기농성 끝에 1988년 2월 박 전 총장이 물러났다. 당시 대학법인 이사였던 차남 박모 씨(65)도 함께 쫓겨났다. 대학은 2009년까지 관선이사제로 운영되다가 2010년 사학조정위원회의 정상화 작업을 통해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부당하게 학교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박 씨는 계속해서 조선대 운영권을 되찾으려고 시도했다. 박 씨는 2010년 이사회 구성이 바뀔 때를 기회로 여겼다. 전 이사회 멤버에게도 이사 추천권을 주기로 한 사학조정위원회 방침에 따라 박 씨와 박 씨의 어머니는 박 씨의 누나를 포함한 3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총 9명이던 이사회에서 여전히 소수였다.
먼저 로비자금이 필요했다. 그는 운영권을 회복하면 대학병원 장례식장과 매점 운영권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석유수입업자인 우모 씨(46)와 또 다른 사업가 오모 씨(43)로부터 8억5000만 원을 받았다. 이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당시 청와대 행정관 이모 씨(44)에게 2011년 5월 500만 원을 건네며 로비를 부탁했다. 박 씨는 행정관 이 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우 씨에게 세관에 압류된 원유를 통관시켜 주겠다며 3000만 원을 챙기기도 했다.
박 씨는 국정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모 종교문화재단 대표 김모 씨(59)에게도 3000만 원을 주고 감사원에 표적 감사를 청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식으로 박 씨는 2011년 8월까지 청와대 행정관, 지역 정계인사, 시사주간지 본부장 등 총 9명에게 8600만 원을 건넸다.
그러나 그가 건넨 돈은 로비에 아무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감사원 감사를 청탁받은 김 씨는 국정원 출신이 아니었고 유령회사를 세워 법조 관련 이권에 개입하는 브로커에 불과했다. 청와대 행정관 이 씨는 청와대 민원관련 부서에 조선대 관련 민원을 제기했을 뿐 적극적으로 로비하지는 않았다. 이 씨는 또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석유통관에 필요한 정보를 빼내 박 씨에게 알려줬으나 결국 석유수입 통관 민원도 성사되지 않았다.
박 씨는 오 씨 등에게서 8억5000만 원을 받은 것 때문에 사기 혐의로 지난해 7월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청은 추가로 드러난 불법로비(뇌물공여) 혐의로 박 씨가 다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라고 8일 발표했다. 청와대는 수사가 시작된 것을 알고 지난해 3월 행정관 이 씨를 해임했다. 김 씨와 이 씨를 제외한 7명은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입건되지 않았다. 아버지 대에 ‘잃어버린’ 대학을 불법로비를 통해 찾으려던 아들의 욕심은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