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침묵의 미래’로 37회 이상문학상 대상
소설가 김애란(33)은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1910∼1937)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오래전에 활동했던 다른 선배 작가들을 떠올리면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이상 선배’는 유독 젊게 느껴진다는 이유였다. 이상의 작품 세계가 젊다거나 그가 스물일곱에 일찍 세상을 뜬 점이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이상보다 나이가 많더군요. 삼촌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멋쩍기도 했어요.” 김애란은 들릴 듯 말 듯 희미하게 웃었다.
김애란이 문학사상사가 주최하는 제37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단편 ‘침묵의 미래’. 가상의 강국이 사라져 가는 언어들의 마지막 화자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을 그리며, 점차 소멸되는 언어에 대한 문제를 우화처럼 그린 소설이다.
2011년 출간한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20만 부를 돌파하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애란은 지난해 소설집 ‘비행운’으로 다시 두각을 나타냈다. 정초부터 한무숙문학상에 이어 이상문학상을 거머쥐며 문단의 ‘대세’임을 공고히 알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수줍고 조심스러웠다.
“데뷔한 지 10년 정도 됐지만 네 번째 책(소설집 ‘비행운’) 정도 내니까 소설이 되게 궁금해지는 것도 많고 기술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모르는 게 많았다는 것을 쓸수록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김애란은 40년 가깝게 이어진 이상문학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2005년 제29회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당시 35세). 최연소 수상의 의미를 묻자 김애란은 나직이 이렇게 읊조렸다. “가장 젊은 작품이 뭘까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아마도 가장 오래 사랑받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100년, 150년 전 선배들이 쓴, 시간을 이긴 작품들을 보면 ‘저분은 얼마나 젊으면 100살 어린 나하고도 말이 통하나’ 싶어요. 이런 의미에서 ‘젊은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그는 계간 ‘문학동네’ 봄호에 새 장편 연재를 시작한다. 주위의 높은 기대에 대해 그는 “부담보다는 힘을 받았으면 한다”며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첫 번째 독자인 제가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여섯 살 연상의 극작가 고재귀 씨와 결혼한 김애란은 “남편은 두 번째 독자”라고 덧붙였다. “가족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사교적인 제스처를 빼고 담백하고 솔직한 비판을 해줘서 도움이 돼요. 호호.”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