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졸업 200명중 절반이상 최상위권대 수시합격전교생이 기숙사생활하며 심화학습-예체능 1인2기 연마
서울 은평구의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는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실력에 따라 수업을 골라 듣는다. 과목별 심화과정과 원서강독, 과학실험도 별도 편성된 교과목으로 진행한다. 사진은 하나고의 화학실험 수업 모습. 하나고 제공
이번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 합격한 박단아 양(20)은 “수시 2단계 심층면접 과정에서 수학과 물리를 대학 수준까지 공부한 덕을 크게 봤다”고 말했다. 토론과 발표를 위주로 하는 심화수업이 수시모집 전형의 심층면접 준비에 큰 도움을 줬다는 얘기다.
하나고는 체육과 음악 또는 미술 같은 예능을 반드시 하는 ‘1인 2기’ 제도도 만들었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면접 논술 등 다양한 요소로 선발하는 수시모집에서 효과를 나타냈다.
이런 방식 덕분에 하나고는 첫 졸업생의 절반을 수시모집에서 최상위권 명문대에 합격시켰다. 다음 달 졸업하는 학생 200명 중에서 126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포스텍에 합격했다. 중복 합격을 감안해도 100명가량이 이 5개 대학에 진학한다.
해외 대학에 진학하려는 20명을 제외하면 55%가량의 학생이 수시모집으로 국내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확정지은 셈이다. 정시모집 결과가 다음 달 발표되면 합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고는 자율형사립고로 2010년 문을 열었다. 정원이 적어 상위권 학생도 3등급(전체 9등급) 수준에 그친다. 내신 비중이 큰 수시모집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좋은 결과를 만든 데 대해 교육계는 자사고의 특성을 활용해 수시전형에 적합한 교과과정을 만든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런 성과를 사교육 없이 달성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교생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외출이나 외박은 한 달에 한 번만 허용된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하나고 사례는 입학생 자체가 우수했다는 ‘선발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자사고가 수시모집을 잘 공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입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교육당국 역시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자사고는 2010년 고교 다양화를 목표로 출범해 전국에 49개교가 있다. 입시교육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일부 학교는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를 빚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자사고들이 점점 자리를 잡으면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교육과정이 충실한 학교, 과학·예술 융합교육에서 앞서가는 학교 등으로 각자의 특색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