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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나란 남자도 이 칼럼을 통해 배우 정지훈을 일관되게 비판하면서 수많은 여성의 악성 메일에 시달려 왔다.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에 조연으로 출연해 영어를 훌륭하게 구사한 그를 ‘영어 발음 과잉’이라고 생채기 냈으며, 영화 ‘청연’에서 실존 인물인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박경원을 연기한 고(故) 장진영에 대해서는 ‘친일 의혹이 있는 인물을 연기했다’라고 비난하면서도 ‘닌자 어쌔신’에 ‘닌자’로 출연한 정지훈은 유독 ‘월드스타’로 치켜세우는 누리꾼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쓰기도 했다.
이번에 여배우 김태희(33)와의 열애설이 불거진 뒤 엉뚱하게도 불똥이 군 복무 중인 정지훈의 복무규율 위반으로 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비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번 사태가 정지훈에 대한 남자들의 뿌리 깊은 시기심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뭐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전지전능’한 정지훈이, 보통 남자라면 ‘연애와 경력의 단절’을 겪어야만 하는 군 복무 기간에 대한민국 남자들이 가장 흠모하는 여배우와 연애까지 즐기다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군생활을 하는 듯 보이는 그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진 남자였고, 그를 향한 남성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가 가여운 성장 과정을 딛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스타의 자리에 오른 사실은 어느새 까맣게 잊혀진 것이다.
정지훈과 김태희에 대해 한국 남자들이 품는 이런 감정이나 판타지는 결코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런 감정 때문에 대중은 스타에게 열광하고 또 등을 돌린다. 정지훈의 노래 제목대로 ‘부산여자’(정확히 말해 김태희는 ‘울산여자’다)를 만나다가 ‘나쁜 남자’ 취급을 받게 된 그가 과연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