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1962∼)
어이, 할매 살라먼 사고 안 살라면 자꼬 만지지 마씨요
―때깔은 존디 기지*가 영 허술해 보잉만
여펜네도
요거 입고 서울 딸네도 가고 마을 회관에도 가고
벵원에도 가고 올여름 한려수도 관광도 댕겨왔소
물도 안 빠지고 늘어나도 않고
요즘 겡기가 안 좋아 이월상품이라고 여그 나왔다요
헹편이 안 되먼 깎아달란 말이나 허제
안즉 해장 마수걸이도 못했는디
넘 장사판에 기지가 좋네 안 좋네 어쩌네
어서 가씨요
―뭐 내가 돈이 없어 그러간디 나도 돈 있어라
요까이껏이 허면 얼마나 헌다고 괄시는 괄시요
팔처넌인디 산다먼 내 육처넌에 주지라 할매 차비는
빼드리께
뿌시럭거리며 괴춤에서 돈을 꺼내 할매 펴보이는 돈이
천원짜리 구지폐 넉 장이다
―애개개 어쩐다요
됐소 고거라도 주고 가씨오 마수걸이라 밑지고 준 줄이나
아이씨요잉
못 이긴 척 배시시 웃는 할배와
또 수줍게 웃고 돌아서는 할매
둘 다 어금니가 하나도 없다
*기지: 옷감, 천
지문도 대사도 시추에이션도 재밌어서 읽는 즐거움을 주는 시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는 속담이 있는데, 옷 장수 할배와 손님 할매가 서로 살살 속을 긁는 게 아슬아슬 싸움 근처여서 한층 생동감 있는 흥정, ‘밀당’의 풍경이 익살스럽게 펼쳐진다. 정가제와 대기업슈퍼마켓(SSM)에 밀려 요새는 거의 사라진 재래시장의 이런 풍경, ‘천 원짜리 구지폐 넉 장’처럼 시골장터에서나 볼 수 있을까.
부르는 값의 반은 뚝 깎아야 흡족하실 할머니의 괴춤이 궁금하다. 그럴 줄 알았을 할아버지의 푸근한 합죽웃음이여. 할배, 진짜 밑지고 주신 건 아니었죠?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