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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 제대로 빼라

입력 | 2013-01-09 03:00:00


건설회사 사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당선인은 최근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손톱 밑 가시는 작아 보이지만 아주 성가신 데다 크게 덧날 수도 있다. 이 대통령과는 다른 여성 리더십의 일면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인들은 출자총액 제한제도나 순환출자 금지 같은 경제구조보다는 납품단가, 신용카드 수수료 등 기업을 하면서 자주 겪는 문제들에 관심이 더 많다.

중소기업과 관련된 규제들은 여러 집단의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흔해 단번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중소기업청에 신고한 규제 완화 요청들을 보면 ‘세탁소에 하수용 정화조를 설치해야 하는데 너무 비싸다’ ‘직원들에게 4대 보험을 들어주기 힘겨우니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처럼 업체엔 규제 완화가 절실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불가피한 규제가 적지 않다. 업체 스스로의 노력과 일자리 유지를 조건으로 정부가 사안별로 꼼꼼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청업체들이 하소연하는 문제 중 하나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형마트들이 할인행사를 하면서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거나, 제조업체들이 납품을 빌미로 하청업체들의 기술과 인력을 빼가는 행위를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기존 법과 제도를 신속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업(家業)을 이어갈 경우 상속세를 감면해주고, 한 번 망하더라도 패자 부활이 가능한 기업 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옥석을 가려야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비롯한 보호 일변도로는 중소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없다. 경쟁을 통해 망해야 할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까지 ‘좀비(살아있는 시체)’로 만든다. 미국 벤처기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에서도 창업한 기업 중 90%가 도태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대기업의 68%에 불과하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중소기업 경쟁력은 대기업의 90% 이상이거나 대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가 수십 년에 걸쳐 각종 중소기업 육성책을 내놨음에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낮은 것은 보호 위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소기업 정책에서도 정부가 해야 할 일과 시장에 맡겨야 할 일의 경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