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공부하고, 40대엔 돈모아, 50대에 나눔 실천”수억대 재계약 앞두고 결심… 10일 은퇴 기자회견
세계에서 가장 힘센 여자였던 장미란이 정들었던 바벨을 내려놓는다. 장미란은 지난해 8월 런던 올림픽 여자 최중량급 경기를 마친 뒤 역기에 손 키스를 하며 은퇴를 암시했다. 동아일보DB
그런데 다음 동작이 예사롭지 않았다. 4위에 그친 그는 회한에 젖은 미소를 띠며 바벨을 향해 손 키스를 했다.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어서 이튿날 이유를 물었다. 그는 “역기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그때부터 장미란은 ‘은퇴’라는 두 글자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이로 보나 기량으로 보나 장미란은 이미 선수 생활의 막바지에 와 있었다. 몸은 성한 곳이 없었고 기록도 예전 같지 않았다. 경쟁자들은 이미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앞서 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환하게 웃고 있는 장미란. 동아일보DB
한 시대를 풍미한 역도 선수로서 그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2005∼2009년(2008년은 베이징 올림픽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음) 4년 연속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0년 아시아경기에서도 1위에 올라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지금은 모두 깨졌지만 베이징 올림픽 합계(326kg)와 2009년 고양 세계선수권 용상(187kg)에서는 세계기록도 세웠다.
장미란은 지난해 기자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은퇴 후 30대에는 그동안 못 했던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40대엔 많은 돈을 벌고 싶고요. 50대가 되어선 그 돈을 어렵고 힘든 분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어요. 60대 이후엔 마음대로 놀아 보려고요.” 현재 용인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학업과 함께 지난해 출범한 장미란재단 업무에 전념할 예정이다. 그는 비인기 종목 유망주를 후원하기 위해 설립된 장미란재단에서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전설이 된 그는 제2의 인생에서도 또 다른 전설을 써가기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