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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부시의 강경 외교와 결별선언”

입력 | 2013-01-09 03:00:00

美 차기 국방장관 척 헤이글- CIA국장 존 브레넌 지명
■ 2기 외교안보라인 구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66)을 차기 국방장관에, 존 브레넌 백악관 대(對)테러·국토안보보좌관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공식 지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21일 국무장관에 지명된 존 케리 상원의원에 이어 헤이글, 브레넌 지명자 등 오바마 2기 행정부를 이끌 외교안보 3인방이 진용을 갖췄다.

새 외교안보 라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조지 W 부시의 외교안보 정책과 결별을 선언한 셈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평가했다. 헤이글 지명자는 미 정치권에서 주류로 불리고는 있지만 부시 행정부에서 외교안보 문제를 주도했던 강경 보수주의자 ‘네오콘’과는 구별된다는 것.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이날 새 외교안보 진용을 중동 문제에서 벗어나려는 ‘불(不)개입주의자들’로 규정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과의 대응에서도 일단 신중한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헤이글 지명자는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압박할 때도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주장했다. 그는 2003년 상원 외교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고립을 시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북한은 매우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북 유화파 케리 지명자가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 비난하며 ‘원칙적 대응’을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헤이글 지명자는 최근 북한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내놓은 것이 없다.

브레넌 지명자는 CIA에서만 25년간 활동한 ‘첩보 베테랑’. 오바마 행정부 1기 출범 직전인 2008년 말에도 CIA 국장으로 거론됐지만 부시 행정부 시절 9·11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심문에 연루됐다는 논란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미 시사주간지 내셔널저널은 7일 브레넌 지명자가 이번에는 상원의 인준을 통과해 ‘재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2009년부터 민주당의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경력 덕분에 부시 행정부에서의 가혹행위 전력에 대한 진보 진영의 비판을 어느 정도 피해 갈 수 있고, 그가 백악관에서 테러와 국토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다는 점도 참작 사유라는 것.

브레넌 지명자는 아일랜드 출신 이민자 2세로 뉴저지 주에서 태어나 뉴욕 주 포덤대 재학 중 뉴욕타임스에 난 CIA 채용 광고를 보고 ‘스파이’의 야망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CIA에 들어가 유창한 아랍어 실력을 인정받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사무소장과 조지 테닛 국장 수석보좌관, 사무부국장 등을 역임했다.

반면 헤이글 지명자는 양당 모두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인물. 공화당 출신이지만 공화당 외교정책에 반기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에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벼르고 있어 인준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헤이글 지명자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군대가 따를 만한 리더이며 미국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그는 베트남전 반전 운동에 앞장섰다.

네브래스카 토박이인 헤이글 지명자는 1977년 공화당 존 매콜리스터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휴대전화 회사를 창업해 큰돈을 벌었으나 1996년 정치로 돌아와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2008년 스스로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물러날 때까지 계속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외교안보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이란 제재 반대, 이라크전 반대, 국방비 감축 지지 입장을 고수해 공화당 주류 세력으로부터 소외당했다.

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