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의 한 공기업이 해외 교육훈련 중 직장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직원을 근무지 이탈 등의 사유로 해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지역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이 회사 여직원 A씨는 지난해 9월 직장상사 B씨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3주간 교육훈련을 받던 중 숙소인 호텔방에서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귀국 후 회사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고, 회사는 가해자 B씨를 해임했다.
그러나 회사는 A씨도 해임했다. 해외 교육훈련 관련 허위 문서작성과 근무지 이탈 등이 그 이유였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 "A씨와 B씨가 3주로 예정된 해외 교육훈련 과정 중 3일만 교육에 참석한 뒤 3주간 교육 수료증을 요구해 해당 교육기관으로부터 항의가 접수돼 감사를 시작했다"며 "감사 도중 A씨가 성추행 사실을 밝혀옴에 따라 진상조사를 벌여 지난해 11월 9일 A씨는 허위 문서작성과 근무지 이탈 등의 사유로, B씨는 근무지 이탈과 성추행 등의 사유로 각각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자신의 해임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회사는 1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사건에 대한 재심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 회사 노조와 지역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추행 사건 해결을 위한 충남지역 공동대책위원회'는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키고 성추행 사건을 먼저 매듭지은 뒤에 징계위를 진행해야 한다"며 재심 연기를 요청했으나 회사는 징계위 강행 방침을 통보했다.
대책위는 이에 따라 7일부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징계위가 열리는 10일 이 회사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해외교육 과정을 문제 삼아 A씨를 징계했지만 A씨에 따르면 이 같은 일정은 관례적인 것으로 회사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해자에 대한 징계사실도 A씨에게 명확히 통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설혹 이를 문제 삼더라도 성추행 사건을 먼저 해결한 뒤 징계위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가해자 B씨와 조사과정에서 A씨에게 폭언 등으로 모욕감을 안겨준 또 다른 상사 C씨에 대한 징계사실을 A씨에게 통보했다"며 "A씨에 대한 징계는 성추행 사건에 앞서 해외 교육훈련 기간을 부풀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데 대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