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좌에서 물러난 뒤 각광을 받는 대표적인 경우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다. 카터는 대통령 재선에는 실패했으나 대통령 퇴임 이후 만든 카터 센터를 구심점으로 폭넓게 활동했다. 1994년 북한의 김일성과 면담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뒤 여러 국제 분쟁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금도 전 세계의 대통령, 총리를 지낸 인사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The Elders)’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46세에 미국 대통령이 된 빌 클린턴도 퇴임 후 클린턴재단을 설립하고 지구촌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고 있다. 이 재단 설명에 따르면 전 세계 180개국 4억 명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었다고 하니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극단적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리는 공적을 세운 넬슨 만델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직을 물러나면서 발족한 ‘만델라 메모리센터’에는 수많은 비정부기구(NGO)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모여들고 있다. 유엔은 만델라의 생일인 7월 18일을 ‘만델라 데이(day)’로 정해 적어도 67분간 누구나 봉사 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67이란 숫자는 만델라가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뒤 대통령을 거쳐 은퇴하기까지 걸린 67년을 의미한다. 만델라 정신은 그의 사후에도 인류가 기릴 무형의 유산이 될 것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