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센카쿠 분쟁-로켓 발사… 일본엔 초강력 태풍 때마침 오른쪽 향해 서있던 ‘아베의 등’ 밀어줘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주필
하지만 아베 총리에게 쏟아지는 한국의 눈초리는 따갑다. 지난해 말 도쿄(東京)에서 열린 일한포럼에서는 일본의 우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국 측 참석자에게서 분출했다.
무리도 아니다. 압승한 자민당의 공약에는 ‘헌법을 개정해 국방군을 만든다’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식전행사를 정부 주최로 한다’ ‘역사교과서의 근린제국조항 수정을 검토한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과거를 깨끗하게 사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사죄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 수정은 예전부터 아베 총리의 지론이다. 만약 이런 것들이 모두 정말로 실현된다면 나조차도 이 나라를 탈출하고 싶다.
한국 측이 다시 반론했다. 총선거에서는 일본유신회도 약진했는데 총선 전에 유신회 대표에 오른 인물은 아베 총리보다 우파적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씨 아닌가, 주변국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본이 확실히 우경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등….
이런 공방을 듣고 있으면서 나는 다음과 같이 느꼈다. 다수의 일본인에게는 아베 총리와 이시하라 씨의 우경화 노선에 동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어떤 참석자가 말했듯이 골프에서 티샷을 할 때 자신이 오른쪽을 향해 서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면 위험하다. 타구가 크게 OB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서있는 일본을 한국은 단지 매섭게 비판만 하면 해결이 되는 것인가.
그런 점에서 나는 이런 발언을 했다. 일본에서도 아베 정권의 부활을 예언한 사람은 몇 개월 전까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기고, 총선거에서도 기세를 올린 것은 바깥에서 뒤바람이 불어줬기 때문이다.
뒤바람은 무엇인가. 육상경기의 3단 멀리뛰기에 비유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다케시마(독도) 방문과 천황에 대한 발언이 홉, 센카쿠(尖閣) 열도를 둘러싼 중국에서의 반일 폭동이 스텝, 그리고 점프는 북한이 쏘아올린 장거리 로켓이었다. 모두 일본을 자극해 내셔널리즘을 부추겼고, 아베 정권은 그 타이밍을 절묘하게 이용해 등장한 것이 아닌가라고.
대통령만 책망할 생각은 없다. 한국 언론 다수도 일본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고 늘 격한 표현으로 일방적으로 책망만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고심해 짜낸 아시아여성기금을 조금 더 배려했으면 고노 담화 수정과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개헌에는 반대하며 자위대도 지금 그대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한국과 중국 사람들이 당연한 듯이 “일본은 군대를 갖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데는 위화감을 느낀다. 두 나라 모두 당당한 군대를 갖고 있는 데다 특히 중국은 군비 확장으로 주변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군국주의의 과오를 범한 일본은 별개라는 점은 알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군대를 갖지 않고 해외의 전쟁에도 휘말리지 않는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그런 점을 얼마나 이해해주고 있는가. 평화를 위해 피를 흘리려 하지 않는 국가라고 업신여김 당하는 일도 있다는 점에 조금이라도 동정을 받을 수는 없을까. 그런 이해심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왜 일본만 손발이 묶여 있어야 하나’라는 반발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은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도 너무 쉽게 일본 비판에 나서고 있는 게 아닌가. 서로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