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사망한 미 해병대 챈스 일병의 시신을 고향까지 운구하는 여정을 다룬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 운구차를 추월하지 않고 앞뒤로 지켜주며 가는 이 장면은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글을 올린 누리꾼은 자신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야기는 그가 미국의 한 공항에서 직접 겪은 광경이었다.
비행기가 뉴욕 공항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짐을 챙기며 내릴 준비를 했다. 그때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 비행기에는 이라크에서 전사한 ○○○ 병장의 시신이 담긴 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관을 하차하는 작업을 위해 승객 여러분은 잠시만 기내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그는 이어 자신의 한국군 복무 경험에 비춰 “한국에서 군인의 지위는 말로 옮기기도 창피할 만큼 낮았다”며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국군 홍보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에 대한 무시와 비아냥거림 같은 근본적인 의식부터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금 미국에 계신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학업을 포기하고 총을 잡고 싸우셨던 분”이라며 “한국을 방문할 때면 꼭 국립현충원에 들르신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현충원에는 전쟁 때 숨진 동생분이 묻혀 있는데 할아버지는 그 비석 앞에서 늘 목 놓아 우셨다”며 “이 땅의 자유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는지, 그것을 부정하고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글을 마쳤다.
암울했던 과거의 흔적이지만 지금도 제복의 영웅들을 비아냥거리는 은어들이 얼마나 많은가. ‘짭새’ ‘군바리’ ‘땅개’ ‘물개’…. 군에 복무한 시간을 ‘썩었다’고 표현하는 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제복 입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결코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