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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속의 중국인 ‘레인보 차이나’]한국으로 눈돌리는 중국인 “인생 최고의 선택”

입력 | 2013-01-10 03:00:00

“우린 한국中企-中자본 잇는 금융중매인… ‘황금커플’ 늘릴것”




황더 중국은행 한국대표가 서울 종로구 서린동 영풍빌딩 2층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이 늘어나 은행지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왼쪽). 서울 중구 세종로 태평로빌딩 16층 사무실에서 만난 최기천 중국공상은행 한국대표는 “20년 전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변화와 발전은 놀랄 만하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남북한 합쳐 20년가량을 한반도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유학 와 있던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한국에서 아이도 낳았으니 한국과는 보통 인연이 아니죠.”(황더·黃德·44·중국은행 한국대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최고의 선택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한국에서 근무하기로 한 것입니다.”(최기천·崔基仟·60·중국공상은행 한국대표)

중국은행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 8월 24일 당일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자산 규모로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工商)은행도 한중 수교 이듬해 10월 사무소를 내 한국에 진출했다. 초대 소장으로 온 최 대표는 2년여 중국에 돌아가 근무한 것을 빼면 17년 이상 서울에서 줄곧 근무하고 있다.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이 고향으로 중국교포인 최 대표는 1971년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에 들어간 뒤 중국공상은행이 런민은행에서 분리될 때 합류해 42년을 은행에서 근무해 온 금융통이다. 그는 중국에서 계속 근무했더라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 대표는 “최근 20년간 서울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은행 내에서는 한국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서 자리를 잡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칭(重慶)이 고향인 황 대표는 1987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평양건설건재대 건축학과에서 5년 반을 공부하고 귀국한 뒤 중국은행에 들어갔다. 1997년 3월 한국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 안산 대구 구로에서 잇따라 초대 지점장을 맡는 등 한국에서 15년가량을 근무하고 있다.

한중 수교 20년을 넘기면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투자하던 시대에서 중국도 한국에 투자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물경제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 최 대표와 황 대표는 이런 시대 변화의 산증인이자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수교 이후 양국의 경제 교류는 주로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제조업 기지로 삼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기업들이 점차 한국을 찾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외투자 지원 정책인 ‘쩌우추취(走出去·밖으로 나가다)’ 전략도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 일변도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한 중국상공회의소에는 금융 무역 항공 선박 일반제조 등 5개 분과에 걸쳐 100여 개 회원사가 가입해 있다.

지식경제부와 KOTRA,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FDI)는 2010년 36억1919만 달러(약 3조8360억 원)에서 2011년 35억7079만 달러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한국 투자는 4억1417만 달러에서 6억5085만 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1∼9월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4억3959만 달러로 2010년 한 해보다 많았다. 아직 전체 투자 규모에서는 비대칭으로 한국이 많지만 중국의 한국 투자가 늘고 투자 건당 액수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 투자는 아직 초보 단계다. 2011년까지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약 4000억 달러지만 이 중 한국에 대한 투자는 1%가량에 불과하다.

주한 중국상공회의소 소장도 맡고 있는 황 대표는 “아직 중국 제조업체의 한국 투자는 활발하지 않다”며 “양국의 임금 차가 여전하고 중국 업체들이 동부 연안에서 중서부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면서 해외로는 눈길을 많이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아 합작 협력하는 양국 업체 직원들이 서로 융화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노동과 조직 문화가 서로 다른 점이 많아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두 대표는 지적했다.

최 대표는 “중국의 대기업들은 주로 자원 확보와 시장 개척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이런 점에서는 취약한 한국으로의 중국 대기업 진출이 부진하다”며 “앞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과 중국의 자본이 결합하면 윈윈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디자인이 우수한 한국의 한 의류회사에 중국 기업이 3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50%를 인수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중국 자본과 한국 중소기업의 기술이 협력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한중 기업 합작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시장을 함께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은 자신이 투자한 한국 기업의 제품을 중국 시장에서 발 벗고 나서 팔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중국 자본이 한국에 투자했다가 철수하는 사례도 있었는데 신뢰를 중시하는 중국 기업에 모범이 될 만한 투자 유치 사례를 만들면 한국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국의 한국 투자가 늘어도 지금처럼 부동산에 편중되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중국 개발업체인 바이퉁(百通)그룹은 지난해 12월 17일 지식경제부가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한 한국투자설명회에서 1억 달러가량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퉁그룹은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도에 43만 m²(약 13만 평) 규모의 중국인 대상 휴양리조트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무비자인 제주도에서는 무분별한 중국 자본 유입으로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투자 유치를 위해 도입된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는 5억 원 이상의 콘도 리조트 등을 구입하면 5년간 거주 비자를 주고 이후에는 가족에게까지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중국공상은행은 서울 태평로와 대림동, 자양동, 그리고 부산 등 4개 지점에 전체 직원 95명이 근무하는데 이 중 중국에서 파견된 직원은 17명이다. 최 대표는 “서울 근무에 대한 인기도 높아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 선진국 못지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중국 기업인과 직원들이 한국에 와서 활동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2월 부임한 중국해운주식회사 진이쑹(金義松·56) 사장은 “두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한국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기술력이 뛰어나고 장래성이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국 은행이나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中 강소 공업도시 원링과 대전 기술 이어주러 왔어요” ▼

■ 대전 파견근무 예융펑 국제협력관

“대전에는 한국의 내로라하는 과학기술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어떤 기술을 도입해 활용할 수 있는지 여러 기업과 상의하고 있습니다.”

중국 저장(浙江) 성 원링(溫嶺) 시에서 대전 서구청에 ‘국제협력관’ 신분으로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예융펑(葉永峰·39·사진) 씨는 2일 구청 2층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링 시는 인구 약 120만 명의 작은 임해 도시다. 하지만 자동차부품, 오토바이, 펌프 수압기 등을 생산하며 신발은 한 해 6억 켤레 이상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1인당 소득 약 2만2000위안(약 374만 원·2011년 기준)의 ‘강소 공업도시’다.

원링 시에서 대전에 공무원을 파견하고 있는 것은 보다 나은 기술을 도입해 중국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했다.

행정안전부 국제행정발전지원센터(센터장 김원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한국에는 제주 서귀포시와 강원도청 등 전국 34곳 지자체에 중국의 33개 지자체가 40명의 공무원을 파견했다. 일본이 16명을 파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예 협력관은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자동차부품 제조, 자동차 에어컨, 압축기, 주물 기계 등 많은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의 H기업이 조만간 원링 시의 한 자동차 에어컨부품업체와 합작생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두 도시 간 공무원 상호파견 교류로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대전이나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호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두 도시는 매년 청소년 상호 홈스테이도 진행하고 있다.

대전 서구청과 원링 시는 2006년부터 공무원을 상호 파견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부임한 예 협력관은 다섯 번째로 올해 8월 말까지 근무한다.

예 협력관은 “한국은 가깝고 문화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호감을 갖고 있어 근무를 지원했다”며 시에서 파견자 선발 조건이 3년 이상 근속자, 나이 45세 이하, 부국장급 이상 중간간부인데 점차 인기가 높아져 자신은 4명이 경쟁해 선발됐다고 말했다.

 



대전=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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