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유예 부분 불복…이례적 상소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다가 재심에서 39년 만에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은 시인 김지하 씨(72)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10일 법원이 밝혔다.
김 씨는 8일 법무법인 덕수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결심에서 무죄 구형 대신 "법과 원칙에 따라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의견을 밝힌 검찰도 함께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4일 김 씨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제4호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선동 등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세 가지 혐의는 김 씨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고문과 구타를 당한 끝에 어쩔 수 없이 자백한 죄명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산문시 오적을 1970년 잡지 사상계 5월호에 게재해 북한을 이롭게 한 혐의(반공법 위반)에 관해선 유·무죄를 다시 판단하지 않고 징역 1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이는 재심 사유가 없는 범행을 재심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원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할 수 없고, 필요한 범위에서 양형만 달리할 수 있다는 2007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김 씨 측은 "경합범 관계에 있는 여러 범죄사실에 한 개의 형(사형)이 선고된 이상 전체를 다시 심리해 유·무죄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변론했으나 재판부는 "법리상 한계를 양해해달라"며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판결 선고 후 "보상금을 받으려 재심을 신청했다. 완전히 무죄를 선고하지 않은 이유는 돈을 적게 주려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심에서 다른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오적 사건에 무죄를 받기 어려울 듯 하다"며 "항소가 기각되더라도 상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