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共’에 길이 있다재료 공동구매-고객 공동관리-설비 공동활용… “우린 新 골목대장”
다들 힘들어 못 살겠다는 요즘 같은 불황기에 서로 똘똘 뭉쳐 살아남은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이 있다. 재료는 공동 구매하고, 고객은 공동 관리하며, 설비도 공동 활용하는 자영업 협업체들이다.
같은 업종이지만 작은 파이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협업을 택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매출은 늘리는 ‘윈윈’에 성공한 서울 노원구 동네빵집 브랜드 ‘해피브래드’와 성동구 ‘금호 수제화갑피 협업체’를 찾아갔다.
1989년 노원구 상계동에 문을 연 민부곤과자점의 민부곤 사장은 경력으로 치면 남부러울 것 없는 파티시에다.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이자 대한제과협회에서 검증한 ‘한국프로 제빵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김없이 시련이 찾아왔다. 길 건너편에 빵집을 갖춘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들어서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노원구 동네빵집 사장들 사이에서 ‘큰형님’으로 통하던 그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자영업 협업화 지원 공고를 보고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며 신청서를 작성했다. 평소 그를 믿고 따르던 이대균과자점과 델리명과, 뚜르몽드과자점 등 영세 빵집 주인 3명도 함께했다.
운 좋게 재단에서 지원받은 2500만 원으로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공동 브랜드 만들기였다. 프랜차이즈 빵집에 맞설 수 있는 그들만의 간판을 ‘빵으로 행복을 전하자’는 의미를 담아 ‘해피브래드’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 모든 홍보물과 빵 포장지, 박스에 해피브래드 상표를 붙였다. 각자의 전통이 담긴 간판은 유지하되 해피브래드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함께 알리는 ‘따로 또 같이’ 전술이다.
좋은 점은 많았다. 경쟁 상대이다 보니 그동안 차마 묻지 못했던 비밀 레시피(조리법)도 공유했고, 한 달에 다섯 번씩 만나 머리를 맞대고 신제품도 공동 개발했다. 지금도 가장 잘 팔린다는 100% 쌀가루 빵 등이 네 파티시에의 대표작이다. 계란, 밀가루 등 재료를 공동으로 사니 원가도 7∼8% 절감됐다. 네 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20% 이상 늘었다.
○ 담합 아닌 ‘협업’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는 1966년 금강제화 본사가 들어서면서 수제화 갑피(겉가죽) 업체 수백 곳도 함께 둥지를 틀었다. 금강제화가 이곳을 떠난 뒤에도 현재 70여 곳의 수공업체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예전만 못하다. 하청을 주는 대형 제화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북한 개성공단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자금난에 시달리게 됐고, 설비투자는 엄두도 못 내고, 그러다 보니 생산성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런 이들에게도 생존의 키워드는 ‘협업’이었다. 협업체를 꾸린 대명제화, 혁준제갑, 금호 등 3개 업체는 서울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2500만 원으로 프레스 재단기와 미싱 등 첨단 기계 5대를 공동 구매했다. 대당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다 보니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계들이다.
중소기업청 측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에도 소상공인들이 공동 이용할 수 있는 통합물류단지 및 통합정보센터를 구축하고 공동 구매 및 배송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자영업 협업화’ 방식이 있다”며 “이들이 좋은 모범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조재환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