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영광 뒤로하고… “이 장면 기억하시나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75kg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딴 뒤 감격해하고 있는 장미란. 동아일보DB
첫마디부터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곧바로 눈물이 쏟아졌다.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닦았지만 한번 터진 울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
10일 경기 고양시청 체육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장, ‘역도여제’ 장미란(30·고양시청)이 자신을 ‘역도 선수’라고 소개한 마지막 자리였다.
소감문을 모두 발표한 장미란의 얼굴에 비로소 옅은 미소가 돌아왔다. 장미란은 담담한 어투로 심경과 미래 계획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은퇴를 결심한 이유부터 밝혔다. “런던 올림픽과 전국체육대회를 치른 뒤 3개월 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한 번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뿐 아니라 몸이 함께 가야 되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다.”
장미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은퇴 후엔 학업(용인대 박사과정)과 함께 비인기 종목 유망주 후원을 목적으로 하는 장미란재단 일에 열중할 것이다. 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하겠다. IOC 위원이 되면 더 좋은 여건에서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미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에 열리는 선수들의 투표에서 IOC 선수위원에 선출될 수 있다. 8년 임기의 IOC 선수위원은 선수분과위원회 소속이지만 올림픽 개최지와 종목 결정에 대한 투표권을 갖는 등 IOC 위원과 동등한 권한을 행사한다.
팬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은퇴 보도가 나간 뒤 많은 선수로부터 ‘역도했던 것처럼만 하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야’란 격려를 많이 받았다. 그동안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이날 그의 은퇴 기자회견은 끝이 아닌 인생 제2막의 시작이었다.
고양=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