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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미래창조과학부 정체성 싸고 의견 분분

입력 | 2013-01-11 03:00:00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5년전 과기부 폐지 생각난다”
미래-창조 명칭도 논란 빚어




“인수위가 꾸려진 지 일주일이 돼 가는데도 과학계는 여전히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장의 연구자들은 (과학기술부가 폐지됐던) 5년 전 모습이 생각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합니다.”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 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련) 주최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과학기술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한 중견 연구자는 이 같은 얘기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과학기술계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패널 일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초원천 연구부터 우주개발, 해양개발, 원자력 등 거대과학은 물론이고 과학대중화와 국가 연구개발(R&D) 기획조정까지 총괄하는 실질적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과학기술부의 실질적 부활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미래부는 지식을 만들고 보호하기 위한 기획 중심의 역할을 하고 이를 집행하는 전담부처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토론회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명칭도 논란이 됐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미래’라는 표현은 대선에서 이용한 정치적 단어로 정부부처 이름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창조과학’도 특정 종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과학기술계에서는 부정적인 만큼 ‘과학창의부’ 정도가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의 한 인사 역시 “정부부처 이름에 ‘미래’나 ‘창조’를 쓰고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미래 기획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명칭에 ‘미래’가 포함되는 순간 일상 업무가 되고 진짜 미래 기획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부에서의 가장 큰 성과는 교육과 과학의 융합으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조직이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융합’과 ‘창의성’이라는 원칙이 존중된다면 정책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해 현재 교과부 시스템이 유지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