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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왜 헤이글인가

입력 | 2013-01-11 03:00:00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국인은 정부를 좋아하지 않지만 의료비만큼은 지원해주길 바란다. 의료비 지원은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의료비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

향후 10년간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두 배로 커진다. 이는 수십 년 동안 미 연방예산에 영향을 미치고 3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이르는 빚을 지게 할 것이다. 세금 인상만으론 늘어나는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 세수를 늘릴 기회를 잡았던 민주당이 고작 얻어낸 10년간 6000억 달러 규모로는 전체 재정의 그림을 바꾸기 어렵다.

의료비 지출은 다른 분야의 예산 삭감으로 이어진다. 교육 과학 인프라 등 일견 덜 중요해 보이는 다른 부문의 예산이 수년 안에 크게 줄어들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이 이런 예산을 GDP의 3∼4% 선에서 1.8%로 줄였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이런 비난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오바마도 6년 안에 관련 예산을 똑같은 수준으로 줄이는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아동 교육 빈곤층 문제를 대변하는 사람들은 예산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예산을 삭감하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 유권자나 정치인들이 빈곤층 어린이보단 중산층 노인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기 때문이다.

국방예산은 한 번도 의료비에 밀려 감축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유럽 리더들에게 세계적인 군사 강국이 되거나 또는 사회복지 강국이 될 수 있지만, 둘 다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은 유럽 국가들은 글로벌 파워 대신 복지를 선택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유럽은 GDP의 2.5%를 국방비에 쏟아 부었다. 지금은 1.5%에 가깝고 경기 불황으로 그 비중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이다. 현재 예산으로는 GDP의 4.3%인 국방비가 3%로 줄어야 한다는 게 CBO의 판단이다. 연방정부가 의료복지 국가가 된다면 다른 모든 분야를 압도해온 국방비도 몇 세대에 걸쳐 삭감될 것이다.

예산 압박이 얼마나 심해질지는 명백하다. 회계감사국(GAO)에 따르면 만약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오늘 시행한다면 당장 연방 지출을 32% 줄이고 향후 75년간 세금을 46% 늘려야 한다.

건강보험은 마지막 삭감 대상이 될 것이다. 과학 연구와 국방비 삭감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위상을 바꿔 오늘날의 유럽과 비슷하게 만들 것이다.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이 국가 채무가 국가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척 헤이글은 몇 세대 지속될 국방비 삭감의 첫발을 잘 내디뎌야 한다. 민주당 대통령으로선 공화당 전 상원의원이 지출 삭감을 주도하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더군다나 전쟁영웅 출신이라면 금상첨화다.

헤이글 지명자의 이스라엘과 이란에 대한 시각을 두고 쏟아지는 비난은 부차적인 문제들이다. 문제는 그가 이런 삭감 과정을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것이다. 그가 군 현대화와 국방비 삭감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까. 군인 45만5000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의 국방전략을 재조정할까. 만약 의원들이 군사력 쇠퇴를 원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나 (군사력 쇠퇴를 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현 처지를 초래한) 그들 자신을 탓해야 할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