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간 4개 에이전시 통해 공사비-유학비 등 48억, 전국 1400여곳 병의원 전달회사-임직원 7명 기소
인테리어 공사비용(1억 원), 내시경 구입비(3000만 원), 명품시계(1100만 원), 오디오 세트(1600만 원), 자녀 어학연수비(1400만 원), 가족 해외여행비(790만 원)….
‘판촉비용’이라고 적힌 동아제약 회계장부의 실제 명세이다. 에이전시(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판촉물을 구입한 것처럼 기록돼 있었지만 사실은 동아제약이 전국 1400여 개 병·의원에 제공한 리베이트 목록이었다.
검찰청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7개 기관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서울중앙지검 고흥 형사2부장)은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달라며 병·의원에 48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동아제약 임직원과 4개 에이전시 대표 등 12명을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2008년 12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후 최대 적발 규모다.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은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1400여 개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검찰은 허모 전무(55)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박모 상무(56) 등 5명과 동아제약을 불구속 기소했다. 동아제약과 공모하고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4개 에이전시 대표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약업체 영업사원이 직접 의사들에게 현금이나 법인카드를 제공했지만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뒤에는 수법이 은밀하고 지능화되고 있다”며 “주는 자와 받는 자를 숨기기 위해 제3의 에이전시가 등장한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도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제약 정모 차장(44)은 내부 제보자와 가족들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리베이트를 받은 병·의원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