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사… 눈 봐드릴게요” 30대, 노인기사 27명 속여
“기사님 눈이 이상한 것 같은데…, 한번 봐드릴게요.”
지난해 11월 중순 택시운전사 박모 씨(65)는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염모 씨(36)를 태웠다. 자신을 안과의사라고 소개한 염 씨는 박 씨와 눈 건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내리면서 눈을 점검해주겠다고 했다. 고마운 젊은 의사의 호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때부터 염 씨의 거침없는 진료가 시작됐다. 염 씨는 박 씨의 눈꺼풀을 당겨 확 뒤집었다. 안구 사이로 양손가락을 넣어 사정없이 눌렀다. 한 손으로는 혀를 잡아 빼는 시늉도 했다. 갑작스러운 안구마사지에 박 씨는 눈물이 흐르고, 정신이 멍했다. 이 틈을 타 염 씨는 조수석 앞 콘솔박스를 열어 박 씨의 운행 수입 16만 원을 훔쳐 달아나 버렸다. 염 씨는 지난해 9월 2년 징역형을 살고 출소한 전과 19범의 ‘가짜 의사’였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