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 5월 대전충남 지역 고2를 대상으로 새 시험 방식으로 모의평가를 한 차례 실시했다.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문제 유형별로 수험생의 성적분포가 어떻게 되는지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은 입학전형에 반영할 문제의 유형과 가산점을 법정시한에 맞춰 지난해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했다. 충분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세부적 전형방법을 정해야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느끼는 막막함은 동아일보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서울시내 대학 입학처장 12명 중 입시부담을 덜어주려는 ‘선택형 수능 도입 취지가 현장에 잘 반영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가 7명(58.3%), ‘잘 모르겠다’가 5명(25.0%)이었다. 기존 수능보다 선택형 수능이 더 적절하다고 답한 사람도 단 1명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입학처장들은 수험생이 느끼는 불안감도 이해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자기 성적대에 맞춰 A 또는 B형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한 입학처장은 4명(33.3%)에 그쳤다. ‘대학이 발표한 A, B형 반영 방법을 수험생과 학부모가 잘 알고 있다’는 질문에도 3명(25.0%)만 ‘그렇다’고 답했다. 한 입학처장은 “선택형 수능이 입시계획을 짜는 데 엄청난 혼란을 줄 것”이라면서 “하지만 대학 편에서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섣불리 방침을 확정짓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입학처장들은 ‘2014학년도에 예정대로 선택형 수능을 도입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5명(41.7%)은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 3명(25.0%)은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66.7%가 선택형 수능 시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이 수험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평가원은 해마다 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연도와 과목에 따라 난도가 오락가락해서 만점자가 당초 목표(1%)의 2배를 넘거나 절반에 미치는 못하는 일이 계속됐다. ‘물수능’ 또는 ‘불수능’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런 상황이니 A, B형의 난이도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입학처장들은 선택형 수능이 경제력과 정보력을 갖춘 중산층 가정 이상의 학생에게 유리해 교육 양극화를 부추길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신진우·김도형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