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온갖 정보가 난무한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로 주가는 요동을 치고 투자자들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큰손인 기관투자가들보다 정보력이 뒤처지는 개미투자자들은 항상 정보에 목마르다. 주식시장은 이득 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 보는 사람이 존재한다. 제로섬 게임이 지배하는 냉혹한 정글이다.
▷1990년대 후반 주식 정보와 관련해 언론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한 일간신문 기자가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기업 기사를 쓰면서 해당 주식을 미리 사놓았다. 신기술 개발이라는 호재로 주식값이 단기간에 치솟자 이 종목은 증권감독원(현재의 금융감독원)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그 기자는 구속을 면치 못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뉴스를 입수한 기자가 신문기사가 나오기도 전에 주식을 산 행위는 불법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활발하게 유통되는 지금은 신문에 나온 정보를 보고 주식을 사면 “막차를 탔다”고 얘기하지만 인터넷이 없었던 당시는 신문기사로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요즘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종목 추천 보고서를 내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포하기 전에 기관투자가에게 먼저 보고서 내용을 알려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선 증권사 객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보고서를 받아든 순간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유망한 종목의 주식들을 사놓고 있다. 주식 매매 영업을 하는 증권사로선 대량 매매를 하는 큰손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고, 개미투자자들이 달라붙으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일거양득(一擧兩得)이다. 시간차를 두고 종목 추천 보고서를 나눠주는 것도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
▷TV 증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주식전문가 전모 씨(34)가 ㈜안랩을 매수 종목으로 추천하기 직전에 7만6074주(30억9499만 원 상당)를 사들여 23억1279만 원의 시세 차익을 낸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미리 주식을 사놓고 개미투자자들이 많이 보는 TV에 나와 이 주식을 사라고 권유한 뒤 주가가 오르자 매각한 것이다. 전 씨는 주가를 띄워 달라는 전업투자자의 요청을 받고 ‘꽃값(수고비)’까지 챙겼다고 한다.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증권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선행(先行) 매매’로 부당이득을 챙긴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검찰 수사로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검찰은 이들의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현행 자본시장법에 없어 ‘포괄적 사기’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재판 과정에서 엄격한 처벌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는 법망의 허점이 드러난 이상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들의 검은 커넥션을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