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 과거와는 다른 당선인 행보
① 당선인은 대통령이 아니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다음 날인 12월 20일 기자회견에 이어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관계, 교육 등 국정 전반에 대한 본인의 계획을 소상하게 밝혔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두 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박 당선인은 당선 다음 날 국민에 대한 짧은 대국민인사 이후 언론과의 직접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관행처럼 되어 있던 신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당선인이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공개 일정이 예전 당선인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지방 일정도 미정이다.
박 당선인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에 일괄적으로 특사를 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 측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4강 특사는 큰 명분도 실효성도 없다”고 말했다.
5년 전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정몽준(미국) 박근혜(중국) 이상득(일본) 이재오(러시아) 등 실세 정치인들을 4강에 특사로 파견했다. 박 당선인은 취임 후에도 이 나라들과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현 정부와 4강 간의 관계가 원만하기 때문에 굳이 별도로 특사를 보낼 필요도 없다는 것. 당선인 측은 “취임 전에도 필요시 대화할 창구는 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특사인 장즈쥔(張志軍)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10일 당선인에게 특사 파견을 요청한 만큼 필요시 일부 국가에 특사를 보낼 가능성은 있다.
③ 당선인은 정치인이 아니다
④ 당선인이 할 일은 따로 있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은 정부조직개편과 5년 국정구상, 내각 인선 3가지”라며 “다른 일정들은 부수적인 것들”이라고 말했다.
당선인이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인선이라고 한다. 정부조직개편은 이미 틀이 마련됐고 국정구상은 당선인이 모든 공약을 꿰뚫고 있어 인수위와 협의를 하면 되는 상황이다.
한 측근은 “역대 당선인들은 정작 중요한 인선을 측근에게 맡기고 이들은 밀실에 앉아 정실 인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박 당선인은 내각 인선이야말로 모든 풀을 가동해 잘 꾸려야 하는 당선인의 최대 업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비서실과 인수위 모두 “가급적 사람을 늘리지 말라”고 특명을 내려놓은 상태다. 비서실은 일정과 메시지 등 가장 기본적인 비서 실무 인력만 투입시켰다. 정책적·정무적 판단을 위한 전략·정무·정책 기획 인력은 아예 배제시켰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는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산하에 한반도대운하·과학비즈니스벨트·새만금 등 신규 국책사업태스크포스(TF)를 뒀다. 반면 박 당선인은 대통합특위와 청년특위 외에 어떤 TF도 꾸리지 않고 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과시형 TF는 없다. 작은 인수위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비서실과 인수위의 업무는 ‘결정’이 아니라 ‘점검’에 있다”고 말했다.
⑥ 새로운 정부 명칭에 부정적 의견 많아
문민정부(김영삼 정부), 국민의정부(김대중 정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등 이명박 정부 이전 역대 정부는 국정철학을 내세워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는 박근혜 정부에 새로운 이름을 붙일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인수위와 당선인 측 모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국민대통합, 일자리, 경제민주화, 사회안전 등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모두 담을 만한 적절한 단어를 찾기 어려운 데다 이를 포괄하는 ‘민생정부’와 같은 경우 국정철학이라고 내세우기에는 지나치게 평이하다는 의견이다. 선진국 중 정부에 대한 네이밍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이명박 정부처럼 ‘박근혜 정부’로 하자는 데 힘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적절한 이름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정민·윤완준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