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굶기고 아동학대 증가, 한 해 1만여 건 신고접수
신체 학대로 머리털이 빠진 아이.
#1 경기 ○○시(지역은 기관 측 요청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부인은 딸 넷을 홀로 키우며 상가 건물에서 살았다. 하지만 큰딸이 고등학생 때 낙태수술을 받자 엄마는 변하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개와 고양이를 발견하면 무작정 집으로 데려왔다. 쓰레기도 들고 왔다. 큰딸과 둘째 딸은 집을 나간 지 오래. 결국 엄마는 중학생인 셋째 딸, 초등학생인 넷째 딸, 그리고 고양이 6마리, 개 27마리와 1년여 동안 살았다. 문제는 건물임대료가 밀려 전기는 물론 수도까지 끊기자 엄마가 밥도 제대로 주지 않으며 두 딸을 방치했다는 점. 결국 동물 소음과 배설물 냄새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민원을 접수했다.
#2 경기 ○○시. 엄마는 늘 술에 취해 있다. 돌을 갓 지난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오는 도우미에게 술주정을 한다. 도우미에 따르면, 아이 엄마가 아이를 때린 적도 있고 방에 가둔 적도 있다고 한다. 아이 아빠는 전처와 이혼하지 않았지만, 아이 엄마와 사실혼 관계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출생신고도 돼 있지 않다. 엄마가 아이를 심하게 때렸거나 방치했다면 아이와 격리할 수 있지만, 기관에서 조치를 취하기에는 애매한 상태. 주변인이 기관에 신고해 기관 관계자가 현장을 찾아가 방바닥에 떨어진 라면을 먹는 아이를 목격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방바닥에 떨어진 라면 주워 먹어
앞에 언급한 사례들은 최근 굿네이버스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이다. 경기도는 1200만 명에 이르는 인구 밀집 지역으로, 아동학대 발생률도 높은 수준. 언뜻 보면 앞의 세 사건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엄마가 자녀를 학대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세 사건이 엄연히 달랐다. 첫 사건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에서 엄마를 ‘설득해’ 정신병원에서 6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게 했고, 지금까지 통원 치료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갓난아기를 방치한 엄마는 수사기관에서 문제로 여기지 않아 어떤 조치도 받지 않았다.
“아이가 더는 학대받지 않게 하려면 학대 행위자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 정도는 사건이 안 된다’며 훈방 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관과 경찰 간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것입니다.”
신체 학대를 당한 아이의 상처.
한편 학대 아동 일시 보호시설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학대당한 아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머물지만, 그 기간에 정부로부터 합당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이 시설에 운영비로 월 23만 원을 지원할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에서 심리치료를 기대하긴 어렵다. 게다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담당해야 할 아동 수가 너무 많다. 보건복지부의 ‘2011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1개 아동보호전문기관(전국 45군데)이 담당하는 아동 수는 평균 22만190명이다.
이에 대해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학대 발생 건수에 비해 훨씬 적게 신고되는 이유는 학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면서 “양극화 등으로 점차 심화될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로 판정된 아동학대 사례 기준으로 피해아동의 성별 분포를 살펴본 결과 남아 3069명(50.7%), 여아 2989명(49.3%)으로 비슷했다. 피해아동 연령은 만 10~12세가 1447건(23.8%)으로 가장 많았으며, 만13~15세 1317건(21.7%), 만 7~9세 1105건(18.3%)이었다. 피해아동은 반항, 충동, 공격성, 거짓말, 도벽 같은 특성을 가장 많이 보였다(5348건·37.4%).
학대 행위자를 보면, 부모에 의해 발생한 아동학대가 5039건(83.1%)으로 가장 많았고, 친·인척 349건(5.8%), 타인 574건(9.5%)이 뒤를 이었다. 성별은 남성 3442건(56.8%), 여성 2606건(43%)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이 많았다. 학대 행위자의 직업은 무직이 1503건(24.8%)로 가장 많았으며, 단순노무직 829건(13.7%), 전업주부 692건(11.4%)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이 동거하는 경우는 4739건(78.2%). 학대 장소가 가정인 경우는 5246건(86.6%)에 달했다.
▶ [채널A 영상] 고3 여학생 낙태수술중 사망…수능 2일만에 무슨 일이?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 [채널A 영상] 대소변 가리지 못한다고…3살 아들 무차별 폭행
▶ [채널A 영상] CCTV가 안전한 어린이집 필수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