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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日석학 14명, 한반도에 대한 속내 터놓고 고백

입력 | 2013-01-12 03:00:00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문정인, 서승원 지음/660쪽·2만5000원·삼성경제연구소





식상한 얘기지만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다룬 책은 시중에 너무도 많다. 뻔히 있는 나라를 두고 “있다, 없다”를 따지는 책들부터 숱한 담론과 주장을 담은 무림협객들의 책이 허다하다. 한 서점 인터넷 사이트에서 일본이란 키워드를 쳐봤더니 국내외 관련 도서가 10만 권을 훌쩍 넘는다. 물론 어학서적 포함해서.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일본 관련 서적을 들이미는 건 어쩌면 참 ‘감 없는’ 일일 수 있다. 막말로 이 책의 제목인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에 하등의 관심도 없는 사람이 꽤 되리라. 하지만 독도를 포함한 동북아 영토분쟁이나 지정학적으로 G2(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상황을 함께 맞닥뜨린 입장이고 보면, 일본의 지성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들어보는 건 결코 해될 게 없다.

특히 이 책은 2010년 중국 국제정치학계 인사들과 나눈 대담집 ‘중국의 내일을 묻다’를 썼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서승원 고려대 교수와 함께 그 연장선에서 일본을 바라봤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대국굴기(大國굴起) 기세가 넘쳤던 중국과 달리, 경제 불황과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심각한 위기 담론에 빠진 일본의 고충을 엿볼 수 있다.

뭣보다 이 책의 매력은 일본 학자들의 꽤 솔직한 심경을 전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의 날카로운 질문 덕분이겠지만 “일본 정치인은 의제 설정이나 국가 전략 같은 발상 자체도 갖고 있지 않다”(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장) “한국이 통일된다면 일본에 적대적인 국가가 될 가능성도 있다”(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 등 신랄한 발언이 상당하다. 그중 제3부 ‘일본과 한반도’ 편은 더욱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 지성인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만 ‘일본은 지금…’은 사전 공부가 어느 정도 요구되는 책이다. 주석이 풍부하게 달려 있긴 하지만 현재 동북아 정세에 대한 기초가 약하면 용어부터 헷갈리는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미들파워 이론’ ‘보통국가론’ ‘요시다 노선’ ‘세계민생대국론’ 등 개념을 미리 정립해야 이해가 빠르다. 불편하다면 그냥 읽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