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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32개월 만에 1100원대 하락

입력 | 2013-01-12 03:00:00

日엔저정책으로 풀린 돈 유입… 자동차-철강 수출 피해 우려
원-달러 환율도 1060원 붕괴… 유럽중앙銀 금리 동결 영향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1054.7원이란 원-달러 환율이 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내린 1054.7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1년 8월 2일 이후 17개월여 만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원-엔 환율이 2년 8개월 만에 1100원대로 떨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일본의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린 결과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70원 떨어진 1054.70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1년 8월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엔 환율도 201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1186.34원으로 떨어졌다.

전승지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선진국과 금리 차 축소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 금리 동결로 그런 기대가 사라졌고, ECB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영향이 겹쳐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엔 환율은 일본 정부가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과 일본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데 따른 영향으로 하락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해외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원-엔 환율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는 원-달러 시장만 있어서 여기에서 결정되는 환율과 도쿄 외환시장의 엔-달러 환율에 따라 원-엔 환율이 자동으로 정해진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원화 강세가 새해 들어서도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여파다. 미국의 양적 완화, 일본 아베 정권의 ‘엔화 약세 정책’ 등으로 대거 풀린 돈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어 올 1월부터 월 450억 달러의 국채를 추가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도 엔화를 무제한 찍어 낼 태세다. 아베 정권은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제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자동차, 철강 업종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아베 정권의 통화정책의 목표는 도요타 캠리를 현대자동차 쏘나타보다 더 싼 가격에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오면 현대자동차가 견뎌 낼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올해 수출 호조로 달러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조재성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고, 중국도 올해 8%대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의 수출 전망이 밝다”라며 “지금도 달러가 너무 많아서 고민인 수출 기업들은 앞으로 달러가 더 들어올 것에 대비해 환율이 조금만 반등해도 내다 팔고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환율 움직임은 1050원 선(원-달러 기준)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우 센터장은 “1050원 선에서 외환 당국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개입하느냐가 변수”라며 “1050원이 무너지면 1000원까지는 쉽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진영·김철중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