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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스페인 젊은이 2명 중 1명은 백수

입력 | 2013-01-12 03:00:00

아침부터 일자리 찾아 줄 서고… 틈나면 재활용 쓰레기통 뒤지고…




■ 유로존 실업률 고공행진

10일 그리스 아테네의 한 실업자 구직센터. 아침부터 50m 넘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던 테오 모조라키스 씨(21)는 “어제도 줄이 아주 길어 기다리다 돌아갔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실업자가 너무도 많아 상담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말쑥하게 옷을 입은 청년들이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은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됐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최근 사람들이 음식쓰레기를 먹다 병에 걸릴 것을 우려해 슈퍼마켓 쓰레기통에 자물쇠까지 채우게 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대기업들은 요즘 매일같이 정리해고 계획을 밝히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외국인 대상 어학원 수강생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출신 청년들이라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 그리스인 4명 중 한 명은 실직자

3년째 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의 지난해 10월 실업률이 26.8%를 기록했다고 그리스 통계청이 10일 발표했다. 1995년 유로존 출범 후 회원국 사상 최고 기록. 전달 26.2%에서 0.6%포인트 상승했는데 이틀 전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스페인 기록(26.6%)을 깬 것이다. 특히 24세 이하 청년층 실업률은 56.6%로 이 역시 그리스 사상 최고치다. 유럽 언론은 그리스의 긴축정책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실업률이 30%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8일 발표된 유로스타트의 실업률 보고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로존 17개국의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11.8%(1880만 명)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유로존 사상 최고치다.

○ 남북 유럽 간 양극화 갈수록 심화

EU 실업률은 남북 유럽 간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스 26.8%에 이어 스페인(26.6%), 포르투갈(16.3%), 아일랜드(14.6%), 키프로스(14%) 등 남유럽 국가들이 1∼5위 고실업률 국가의 불명예를 안았다.

반면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한 오스트리아(4.5%)를 비롯해 룩셈부르크(5.1%), 독일(5.4%), 네덜란드(5.6%) 등 북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한 자릿수를 유지하거나 전달에 비해 하락하기까지 했다. 독일에서는 2012년 한 해 구직을 위한 전문 교육을 받은 청년 5만 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이에 대해 라즐로 안도르 EU 고용담당 집행위원은 “2012년은 유럽에 비참한 해였다”며 “유럽 경제는 2013년에도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은 앞으로 실업률이 높은 국가와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로 나뉠 것이며 이는 매우 위협적인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 슈퍼과세 도입, 탈세 막기 안간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 각국은 탈세를 단속하고 세수를 늘리는 동시에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10일 발표한 새로운 탈세 처벌 법안도 그런 대책의 일환이다. 이 법안은 그리스 국민 전반에 만연한 탈세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탈세자의 재산 압류를 가능하게 하고 대규모 세무 부정 사건은 가장 신속한 절차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리스 경제 전문가들은 탈세 등으로 생긴 지하경제 규모가 전체의 25%를 넘어 EU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영국은 최근 새해부터 부모 가운데 한 명의 소득이 연간 6만 파운드(약 1억236만 원)를 넘을 경우 16세 이하 자녀에 대해 매주 첫아이는 20.30파운드, 둘째부터는 13.40파운드를 지급해온 육아수당을 완전히 중단했다.

새해부터 가구별 최고소득세율을 41%에서 45%로 올린 프랑스는 한시적으로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75%를 과세하는 슈퍼과세제도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형태를 바꿔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프랑스는 노사정회의를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대신 기업은 해고를 자제하고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실업자를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사회적 대합의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가 알짜 국영 가스회사를 외국에 팔겠다고 내놓는가 하면 포르투갈은 국영 항공사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 등 남유럽 국가들의 공기업 민영화 작업도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로존이 올해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0일 유로존 경제가 올해 말부터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유로존이 올해 채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