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학과와 법학전문대학원의 일부 학생은 “황 단장이 사회학과 교수로서 자격이 없다”라며 보름 넘게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일부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는 일부 학생의 반대 운동을 ‘닫힌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사회학과 학생은 조만간 서울대생 전체를 대상으로 황 단장의 초빙교수 임용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생들 모임인 인권법학회 ‘산소통’은 “대학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담은 대자보로 황 단장의 교수 임용을 반대했다. 이들은 “황 단장의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2004∼2008년) 등 재직 시절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노동자 140여 명이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병에 걸렸다”라고 주장하며 황 단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사회과학대 1학년 학생은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는 인물이 사회학과 교수를 맡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취재팀이 9, 10일 이틀간 접촉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4명은 ‘백혈병 논란’의 책임을 모두 황 단장에게 씌우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공대의 한 교수는 “일부 학생 사이에 여전히 반(反)삼성, 반재벌 정서가 남아 있어 이런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쟁점2 “전기공학 전공자인데”
학생들은 황 단장이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전자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대자보에서 “황 단장으로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전략의 단순한 습득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사회학과 졸업생 이모 씨(30)는 “황 단장은 기술 개발만 해 온 사람이다. 그가 사회학에 대한 깊은 사유나 해 봤겠느냐”라고 반문했다.
○ 쟁점3 “기업인이 왜 사회학 교수로”
교수 임용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사회학은 기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기업인이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노동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버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 사장 출신을 초빙교수로 임용하는 건 사회학이 노동을 버리고 자본의 편에 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회과학대 학생 서모 씨(20)는 “악덕 자본을 정당화해서도 안 되지만 무조건 노동자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라며 “기업인의 시각을 알아야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더욱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학은 ‘열린 학문’인 만큼 세상을 개방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신사임 인턴기자 이화여대 철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