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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구단 시대]자금력이 지역안배론 눌러… 1000만 관중 시대 빨라진다

입력 | 2013-01-12 03:00:00

■ 수원-KT, 제10구단으로 사실상 확정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치열했던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쟁탈전은 수원과 KT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경쟁자였던 전북-부영의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11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 직전까지 양측은 치열한 공약(公約) 대결을 벌였다. 하루 전 평가위원 22명을 상대로 열린 양측의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양측이 제안한 야구발전 방안을 들으면서 마치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승부는 사실상 정해졌고,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향한 준비다. 장밋빛으로만 보기에는 한국 프로야구가 맞닥뜨릴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 잘 싸운 전북-부영, 더 잘 싸운 수원-KT

당초부터 유리한 고지에 섰던 쪽은 수원과 KT였다. 인구와 교통 여건, 기업 규모 등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북과 부영이 ‘지역 안배론’을 내세워 유치 당위성을 주장하는 한편 2만5000석의 새 구장 신축 등 대규모 지원책을 내세우며 추격에 나섰다. 전북과 부영 측은 막판 ‘역전 홈런’을 노렸다.

그러나 수원과 KT는 전날 프레젠테이션에서 쐐기를 박았다. 핵심은 야구발전기금이다. 창단 가입금과 별개로 KBO에 내는 야구발전기금으로 부영은 80억 원을 제시했다. 제9구단 NC가 2년 전 20억 원을 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KT의 제시액은 무려 200억 원이었다.

수원과 KT는 이 밖에 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돔구장을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했고, 경기도 내에 독립구단 5, 6개를 만들어 고양 원더스와 함께 독립 리그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이 “지속적인 구단 운영 능력과 프로야구가 스포츠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부분 등에서 조금 더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 KT 참여로 1000만 관중시대 열리나

KT는 30년 동안 아마추어 종목인 사격과 여자하키에 꾸준한 투자를 해오면서 스포츠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 왔다. 농구단을 통해 프로 구단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총 자산 규모가 30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라 재정적으로도 든든하다. 이런 KT의 참여는 한국 프로야구 흥행에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작년까지 8구단 체제에서 팀당 133경기, 총 532경기가 열린 프로야구는 9구단 체제가 시작되는 올해는 총 576경기를 치른다. 한 팀이 늘어났지만 팀당 경기 수는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들어 관중 감소 및 수입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KT가 1군 리그에 참여하는 2015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팀당 133경기를 치른다고 가정하면 한 시즌에 665경기가 열린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 수인 1만3451명만 대입해도 894만4915명이 야구장을 찾게 된다. 만약 팀당 144경기씩 720경기를 치르게 되면 968만4720명이 돼 꿈의 1000만 관중시대에 한발 더 가까워진다.

수원과 KT는 홈으로 사용할 수원구장을 2만5000석으로 늘리는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고 KIA와 삼성 등도 새 구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 좌석 수가 늘어나면 관중이 늘어나고 이는 곧바로 구단 수입 증가로 연결된다.

○ 잘나갈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온통 장밋빛으로만 볼 수는 없다. 갑자기 10구단 체제가 되면 우수 선수 부족에 따른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최근의 급격한 관중 증가세가 계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과제는 10구단 체제를 지탱할 수 있는 야구 저변 확대다. 선수층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팬 유치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팀의 사장은 “9, 10구단 창단으로 양적 성장이 이뤄졌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부침이 있을 수 있다. 야구단이 망해서 인수 기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게 불과 몇 해 전이다. 당시보다 관중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인프라나 팀 운영 시스템, 마케팅 등은 거의 발전하지 않고 있다. 잘나갈 때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