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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인종차별금지법 유명무실…기소건수 ‘0’

입력 | 2013-01-13 11:39:00


호주 주요 주(州)에서 제정돼 시행 중인 인종차별금지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최대 주인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1989년 인종적 동기에 의한 욕설이나 비방, 폭행 등을 범법으로 규정한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했으나 지금까지 이 법으로 기소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총 27건의 인종차별금지법 위반 사례가 주정부 산하 인종차별금지위원회에 접수됐으나 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지나치게 과도한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요구한 탓이다.

NSW주 인종차별금지법 제20조 D항에 따르면 기소를 하려면 피해자가 당한 인종차별 사례에 대해 '합리적 의혹' 이상의 증거를 입증하도록 돼 있다.

또 NSW주에서는 인종차별금지법 위반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일단 인종차별금지위원회에 접수하도록 한 뒤 일차적으로 조정을 통한 해결을 시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을 위반해 기소되면 5천500호주달러(약 6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인종차별 범죄가 빈발하는 빅토리아주 등 다른 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리 오파렐 NSW 주총리는 인종차별금지법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 주의회에서 법을 개선·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NSW 주총리실 대변인은 "오파렐 주총리가 NSW주 인종차별금지법 제20조 D항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조항인지를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며 "주의회가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SW 주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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