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요 주(州)에서 제정돼 시행 중인 인종차별금지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최대 주인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1989년 인종적 동기에 의한 욕설이나 비방, 폭행 등을 범법으로 규정한 인종차별금지법을 제정했으나 지금까지 이 법으로 기소된 경우는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총 27건의 인종차별금지법 위반 사례가 주정부 산하 인종차별금지위원회에 접수됐으나 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NSW주 인종차별금지법 제20조 D항에 따르면 기소를 하려면 피해자가 당한 인종차별 사례에 대해 '합리적 의혹' 이상의 증거를 입증하도록 돼 있다.
또 NSW주에서는 인종차별금지법 위반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일단 인종차별금지위원회에 접수하도록 한 뒤 일차적으로 조정을 통한 해결을 시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을 위반해 기소되면 5천500호주달러(약 6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인종차별 범죄가 빈발하는 빅토리아주 등 다른 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SW 주총리실 대변인은 "오파렐 주총리가 NSW주 인종차별금지법 제20조 D항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조항인지를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며 "주의회가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SW 주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의사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법 개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아닷컴>